최기호
2021-05-02
조회수 205

태백산. 어느 山寺


피끓는 청춘, 그리고 20대인 나. 

수배를 피해 어느새 절에 숨어 들게 되었다. 

작은아버지는 생전에 단청을 하셨고, 인간문화재로 고려불교미술로써 글씨와 벽화, 단청에서 최고의 예술적 경지를 이루셨다고 신문 등에 이름 올리신 분이셨다. 

수배 받던 내 처지를 얘기해서 잠시나마 절에 숨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게 태백산 이었다. 

나름 다행이라 생각하고 절寺 생활이 시작 됐다. 


나홀로 찻집에선 한겨울 혼자 불을 피우고, 차를 마시고, 다기를 씻고, 처음 들어간 그 자리처럼 원위치 시키는게 찻집의 이용 수칙 이었다. 


어느날, 친구가 생겼다!!!

나는 수배 받던 운동권 학생으로, 그는 이제 원광대학을 졸업하고 머리깎고 중이 되는 승려의 길로...

짧지만 6개월 동안 또래 나이에 느끼는 고민과 철학과 사회적 모순에 대해 서로 답도 안나오는 질문들을 밤새 주고 받았다. 


그렇게 태백산의 반년이 지나고... 

서로는 서로를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 술을 마셨다. 

나는 친구의 승려 생활을 위해...

친구는 세상에서 민주화로 잘 쓰여질 나를 위해... 

조금전에 머리깎았다고 부끄러워하며 빵모자를 쓰고, 그렇게  마주앉아 서로를 위한 마지막 술자리. 


나는 이제 내려가야 하고, 

너는 이제 수행자의 삶을 살으려 어느 절로 떠나야 하는 둘만의 마지막 자리. 


태백산에 들어와 매일 밤낮으로 묻고 답하던... 

어느새 친구가 된 스님. 


나홀로 찻집에선 따뜻하게 화목 난로에 나무를 넣어 불을 지펴주던 친구같은 스님. 


그후로 더는 그 친구를 찿지 못했다. 

어디에 있는지도...

환속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 


인연따라 삶이 달리 나타나듯 구름처럼 생멸하는 중생의 삶 이기에 무엇이 궁금 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 잘 쓰이면 그만!!! 


오늘 30년쯤 지난 태백산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평생을 작은아버지와 함께 일하시던 아저씨들... 한겨울 태백산의 눈바람을 맞으며, 기둥 서까래를 나르고 단청가칠을 하고, 제대로 따뜻한 물에 씻지도 못해 가끔씩 함께 목욕탕에 갔던 아련한 젊은날의 추억들. 


망상과 함께...

그리고 승려가 된 친구 도반을 위해 마음속 향 하나 피워 올립니다. 

그가 날 위해 얼마나 많이 기도 해 줬을까요?

그 인연으로 이렇게 일대사 인연이 되어버린게 아닐까요? 

조용하고 말없는 친구에게, 이제 갓 마음공부 한답시고 떠드는 나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납니다. 


구름한점 일어나 사라지듯, 

유위의 삶은 이렇듯 허깨비 놀음 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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