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간 썩지 않는 수박, 홍보하는 절, 그럴 수도 있나요?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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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산에 운동하러 갔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절의 게시판에서 ‘100일 기도 입제하면서 법당에 올린 수박이 100일 동안 썩지 않았다’고 홍보를 하며 수박을 자르는 신도의 사진까지 붙여 놓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꾸만 의심이 되고 분별이 생깁니다. 어떻게 100일 동안 수박이 썩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선 그것에 대해 잘잘못이나 판단을 하기 보다는 질문하신 분을 위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저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도 있고, 그것을 분별함으로써 마음에도 얼굴에도 인상을 찌뿌릴 수 있습니다. 수박이 100일 동안 썩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 때문에 내 마음이 분별심으로 오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내가 살펴봐야 할 부분은 정말 100일간 수박이 썩을까 안 썩을까, 사기가 아닐까, 정말 신심이 깊으면 그럴 수 있을까, 이런 내 바깥의 부분이 아니라, 그 외부적 상황에 끊임없이 분별하며 휘둘리는 내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잘 지켜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일들이야 어디 그 뿐이겠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온갖 종류의 이야기들, 사기들, 미신들, 이단들, 혹은 귀한 신앙의 결과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내 마음이 분별을 일으키기 시작한다면, 세상에는 분별 일으킬 일들이 너무 많아지고, 결국 정신이 나갈지도 모를 것입니다.


조금 다르게 보자면 세상에는 내가 머리로 헤아려 이해할 수 있는 부분 보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더 많고, 이해되지 않는 차원들, 지금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들이 무수히 많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해 안 되던 부분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시 이해되는 점들도 또한 많지요. 그렇기에 '오직 모를 뿐'이지, 안다고 하고, 분별함으로써 스스로를 오염시킬 것은 없습니다.


수박이 썩지 않는 사실 그 자체를 가지고도 ‘그건 참된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며, 종교가 그런 점에 기대서는 안 되고, 그런 비종교적인 부분에 마음이 집착되어서도 안 되고, 불교는 제행무상인데 진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라고 볼 수도 있고, 또 마음을 활짝 열고 100일 기도를 하니까, 그 간절하고도 청량한 마음이 수박에게도 전달이 되고 공명이 되어서 수박이 안 썩었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만약 100일 동안 안 썩은 수박 운운하면서 그것을 드러내어, 하나의 상으로 만들고, 상술처럼 신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혹은 100일기도 동참을 권고하기 위한 어떤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한다면 그 점에서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사실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얽매이고 묶여 버린 법우님의 마음입니다. 법우님의 그 마음을 바라보고 관찰하며 그 마음을 대상으로 수행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좋은 공부인의 자세일 것입니다. 바깥을 시비하기 보다는 내면을 바라보시면 좋겠습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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