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원고읽기] 부족하고 근기가 낮다고 느끼는 분들

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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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불자들을 보면, 스스로 ‘나는 근기가 낮아서 이번 생은 열심히 복 짓고 기도나 하고 다음 생에는 출가해서 꼭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말들을 하시는 것을 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근기가 높다거나 낮다는 것을 오랫동안 앉아서 좌선을 잘 하거나, 남들보다 더 열심히 수행하고, 남들보다 더 초인적인 능력과 지구력으로 선원에 버티고 있는 것을 근기가 높은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그런 것이 근기가 높고 낮은 것이 아닙니다.


불교의 근기는 요즘 사회에서 사람들의 능력을 재듯이 그런 방식으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에서야 대학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잘 하는 사람, 운동에 소질이 많은 사람, 머리가 좋은 사람, 뭐 그런 사람이 근기가 높은 사람이라고 불리지만, 그런 세간적인 사회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불교공부도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마음공부는 출세간의 공부이기 때문에, 수행의 근기를 세간적인 능력으로 파악하려고 하면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근기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깨달음이 소수의 엘리트, 특권층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그것을 불법이라고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불법은 특별한 능력을 얻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며, 나에게 없는 무슨 대단한 어떤 것을 성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평상심이 도라고 하듯이, 지금 이렇게 누구에게나 이미 주어져 있고, 지금 이렇게 언제나 누구나 쓰고 있는 이 당연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애써서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성취해 낼 수 있겠지만, 이것은 애써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을 다만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깨달음은 열려 있습니다. 근기가 낮은 사람은 없습니다. 내 스스로 나는 근기가 낮아서 깨달음은 나에게는 너무 먼 일이라고 여기는 바로 그 생각이 자신의 근기를 낮게 만드는 유일한 주범일 뿐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3000배도 안 해 봤고, 선방에서 참선이나 안거도 안 해봤고, 매일 경전독송을 몇 시간씩 앉아서 하거나, 염불을 몇 시간씩 해서 염불삼매에 빠져본 적도 없다고 해서 자신이 근기가 낮다고 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불법에서 근기가 높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이 불법에, 이 출세간의 마음공부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에서 좌우되는 것입니다. 출세간의 깨달음에 더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세간에서의 성공과 돈과 명예 같은 것에 더 관심이 많은지가 근기가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세간의 깨달음과 마음공부, 수행보다는 세간 속에서 해야 할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고, 사랑도 해야 하고, 뭐 이런 식으로 삶의 관심사가 온통 세간적인 것에만 있는 사람이라면 출세간의 마음공부에는 그만큼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능력이 없어도, 수행을 잘 못해도, 불교대학을 안 나왔어도, 학력이 낮아도, 오랫동안 앉아있지 못해도, 3,000배를 안 해 봤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렇다고 근기가 낮은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얼마나 더 간절하게 이 출세간의 마음공부에 관심이 있느냐, 얼마나 세간보다 출세간에 더 뜻을 두고 있느냐 그것이 근기를 좌우하고, 그것이 이 공부의 진척을 좌우하는 열쇠인 것입니다.


이 공부는 몸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기에 몸으로 오래 앉거나 절을 잘 하거나 그런 것과도 상관이 없고, 무위법이기에 노력이나 조작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서 남들보다 더 잘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할 수 있는 공부인 것입니다.


다만 더 이 출세간의 깨달음에 간절한 뜻이 있고, 발심이 있고, 목마름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이 공부에 근기가 높은 사람이고, 이 공부를 끝마칠 수행자인 것입니다. 근기가 정해져 있다고 여기지 마세요. 간절한 당신이야말로 이 공부를 할 사람입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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