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제(3) - 괴로움의 진리 받아들이기

202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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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괴로움이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내가 분별의식으로 내 식대로 해석해서 나온 분별의 결과일 뿐이다. 그렇기에 중생의 입장에서는 ‘괴로움’이지만, 실상을 깨달은 입장이 되면 괴로운 것처럼 보였던 현실이 그대로 진실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대승불교 경전에서는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라는 말을 쓰고, 선(禪)에서는 입처개진(立處皆眞), 촉목보리(觸目菩提)라고 하여, 지금 서 있는 그 자리가 참된 진실의 자리이며,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깨달음이라고 했다. 있는 그대로 보면 괴롭다고 생각한 바로 그 현실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일 뿐임을 안다. 괴로움이 곧 성스러운 진리임을 아는 것이다.

괴로움의 성스러운 진리를 깨닫게 되면, 괴로움이 사라지고 행복한 현실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이라고 생각했던 현실이 그대로 진실이었음을, 지금 이대로가 그대로 성스러운 진리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지금 이대로의 현실이 어떠하든 분별없이 그 삶을 받아들여 주게 된다. 삶이 곧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괴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내 스스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둘로 나누어 해석하고, 그렇게 나눈 것 중에 좋은 것은 집착하고, 싫은 것은 거부하면서 취사간택하기 때문이다.

이 분별과 취사간택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곧 정견(正見)이고 중도(中道)다. 그러나 정견의 안목이 없는 중생은 좋은 것은 더 가지고 싶고, 싫은 것은 거부하고 싶어 하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분별과 취사간택을 버리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저절로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괴로움’이라고 분별해석하지 않으니, 그저 이대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괴로움은 성스러운 진리이다. 괴로움이 올 때, 성스러운 진리가 오고 있음을 바로 알아 괴로움을 통째로 수용하고 받아들여 보라.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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