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두희천의 '초암가'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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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혜능-청원행사-석두희천의 법맥은 혜능-남전-마조의 법맥과 함께 유명했습니다.

 

‘강서에는 마조, 호남에는 석두(江西馬祖 湖南石頭)’에서 강호(江湖)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조와 석두는 육조 문하의 큰 두 선사였습니다.

 

그러나 마조에 비해 석두희천은 좀 덜 알려졌지요.

 

오늘은 석두희천의 짧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초암가'를 들려드립니다.

 

한글로 번역을 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깊이 감동하고, 공명하게 되더군요.

...

 

내 스스로 풀을 엮어 지은 암자 귀중한 것 하나 없고

배고플 때 밥 먹고 졸리면 잠을 자니 참으로 가볍구나

처음 짓고 보았을 때 지붕 볏짚도 새롭더니

세월에 해어졌으나 새 볏짚으로 덮으면 될 뿐

 

암자에 사는 사람 언제나 있지만

중간이나 안과 밖 어디에도 속하지 않네

세상사람 머무는 곳에 나는 머물지 않고

세상사람 좋아하는 곳을 나는 좋아하지 않네

 

암자는 작지만 온 법계를 모두 품으니

방장 노인이나 알 수 있는 경지라네

최상승의 보살은 믿어 의심하지 않지만

중하근기는 괴이하게 여길 뿐 이해하지 못하네

 

암자가 무너질까 궁금해서 묻지만

무너지든 말든 본래 주인은 항상 있어

동서에도 남북에도 속한 것이 아니니

터가 단단함이 비할 데가 없구나

 

푸른 소나무 아래 창 안은 밝으니

화려하고 큰 대궐과 누각도 이곳만은 못하네

누더기 이불 뒤집어쓰면 만사가 그만이라

이때에 산승이 해야 할 일 아무것도 없네

 

이 암자에 머물면 분별망상 쉬게 되니

그 누가 자리 깔고 사람 부르려 하겠는가

회광반조하여 본래 자리로 돌아오니

신령스런 근원에 통달하여 분별심이 본래없네

 

조사를 만나서 친히 가르침 받고

풀을 엮어 암자 짓고 퇴굴심이 없었으니

백년을 버려둬도 걸림 없이 자재롭고

손을 놓고 길 나서도 죄가 될 게 하나 없네

 

일천 가지 말과 일만 가지 해석은

그대가 오랜 세월 어둡지 말기만 가르치네

암자에서 생멸을 벗어난 이 알고 싶다면

어찌 이 몸을 떠나 다른 곳에서 찾으랴.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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