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원고읽기] 무아일까? 진아일까?

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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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에서는 무아를 설합니다. 내가 없다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증지부경전’에서는 ‘자성청정심 객진번뇌염’이라고 하여, 자성은 청정한 마음이지만 객진번뇌에 의해 오염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초기불교는 무조건 무아만을 설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초기경전에서도 자성청정심 같이 본래 청정하고 빛나는 마음을 설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열반 당시 가르침인 자등명 법등명’도 자기 자신이라는 등불을 의지처로 설하고 있지요.


이처럼 초기경전에서도 무아와 자성청정심을 설하듯, 대승불교나 선불교에 오면 더욱 노골적으로 무아와 진아를 설하여 듣는 이를 혼란케 합니다. 분별심에 오염되어 있는 중생들은 진아와 무아의 가르침에 혼란스러워 합니다. 그게 바로 분별심의 한계인 것이지요. 분별심은 무아와 유아는 서로 모순된다고 여길 뿐입니다. 그래서 이 불법은 분별심으로 이해하면 안 되고, 중도적으로 살필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초기불교에서는 무아를 설하는데 대승불교와 선불교에서는 유아를 설한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기에 대승불교와 선불교를 잘못된 불교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대승불교에서는 불성, 여래장 등을 설하고 있고, 선불교에서도 본래면목, 자성, 마음, 법을 설함으로써 유아적인 가르침, 즉 무아와 반대되는 듯한 가르침을 설하고는 있지만, 초기불교의 자성청정심과 무아를 동시에 설함과 같이 대승불교와 선불교에서도 똑같이 무아를 설하고 있습니다.


금강경에서는 ‘얻을 수 있는 법이 조금도 없음을 무상정등정각이라 한다’고 했습니다. 자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하지만, 바로 그 깨달아야 할 자성이 사실은 얻을 수 있는 어떤 법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대승불교의 공사상 또한 대표적인 무아를 드러내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조스님도 ‘자성에는 얻을 수 있는 법이 본래 한 법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유아와 무아처럼 상충되어 보이는 가르침을 설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불법의 가르침 자체가 고정되게 실체적으로 ‘이것이 진리’라고 할 만한 고정된 주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중생의 헛된 분별망상과 번뇌를 부수기 위한 방편으로 설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모든 가르침은 이처럼 ‘객진번뇌’를 깨부수고, 분별망상을 조복 시키기 위해 온갖 다양한 방편으로써 중생의 잘못된 착각과 망상, 치우친 견해를 바로잡아 주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나’라는 헛된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에게는 무아를 설하고, ‘내가 없다’는 생각에 집착해 있는 사람에게는 ‘자성, 본래면목’을 설해줌으로써 유아적인 방편을 쓰는 것입니다. 유아나 무아가 실체적인 진리라서 설하는 것이 아니라, 치우친 착각과 망상분별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임시방편으로 설하는 응병여약의 가르침일 뿐인 것입니다. 모든 불법의 가르침이 이와 같습니다.


불교는 사실 ‘이것이 진리다’라고 내세울만한 어떤 특정한 진리를 주장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금강경의 ‘이 법은 본래 얻을 것이 없다’거나, 황벽스님의 ‘본래 부처에게는 진실로 한 물건도 없다’거나, 백장스님의 ‘부처는 구함이 없는 사람이니 구하면 도리에 어긋난다’는 말씀도 다 이를 두고 한 말씀인 것입니다.


이처럼 불교의 모든 방편, 모든 언어로써 설해놓은 가르침들은 전부 다 허망한 분별망상을 깨부수기 위한 말 그대로 방편일 뿐, 그 방편에는 진실이 없습니다. 강을 건너고 나면 전부 버려야 할 것들일 뿐입니다.


불성, 자성, 본래면목, 무아, 진아, 전부 다 버려야 할 세속제의 방편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아와 참나라는 이 방편의 말에 집착해 옳으니 그르니 시비합니다. 무아가 옳으냐 진아가 옳으냐는 시비야말로 중도적이지 않은 대표적인 분별심일 뿐인 것입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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