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교리] 중도(5) - 받아들임과 모를뿐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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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괴로움은 우리 마음이 분별심과 취사간택심을 일으키고, 그렇게 일으킨 허망한 의식을 실체화시키며 집착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중도의 실천은 분별하지 않고 취사간택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하되 하지 않는 것, 즉 과도한 집착 없이 분별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중도를 실천하지 않을 때 극단에 집착하게 된다. 무엇이 극단인가? 대상을 좋거나 싫다고 분별하고, 좋은 것은 취하고 싫은 것은 버리려는 분별과 취사간택심이 바로 극단이다. 양 극단이라는 분별에 집착할 때 괴로움도 생겨난다.


중도를 실천하려면, 분별하기 이전의 본래 분별이 없던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분별은 행위, 유위(有爲), 조작이다. 그러나 무분별, 분별이전의 자리는 무위행(無爲行)이다. 아무 것도 행하지 않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중도수행은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던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더하기’가 아니라 끊임없는 ‘빼기’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현실을 그저 그것이 있는 그대로 있도록 내버려 두기만 하면 된다. 대상이 내 앞에서 오고 가도록 허용해 주면 된다.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곧 ‘내맡김’이고, ‘받아들임’이며, ‘위빠사나’요, ‘지관’수행이다.


주어진 현실은 아무런 분별이 없다. 그저 그럴 뿐이다. 비 오는 날은 그저 비오는 날 일 뿐, 좋거나 나쁜 날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비오는 날은 싫고, 화창한 날은 좋다고 분별하기에 비만 오면 괴로운 사람이 생겨난다.


인생의 모든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비 오는 날이 있듯이, 화나는 일도 있고, 욕하는 사람도 있고, 돈도 많아졌다가 작아지기도 한다. 그것은 ‘괴로운 일’이 아니라, 그저 ‘그럴 뿐’이다. 사실은 화창한 날이 필요한 것과 동등하게 비오는 날도 꼭 필요하듯이, 우리 인생도 행복한 날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등하게 괴로운 날들처럼 보이는 날 또한 필요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 식대로 분별하고 판단해서 스스로를 괴로움으로 빠뜨린다.


이제 모든 것을 본래 있던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된다. 내가 분별하기 이전에 세상은 있는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니 일어나는 이대로라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그저 있는 그대로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장 쉬운 무위의 중도 수행이다.


이 받아들임은 받아들이는 내가 있고, 받아들일 것이 있는 분별적인 받아들임이 아니다. 둘로 나눌 수 없는 불이(不二)의 받아들임이다. 하나는 하나가 되기 위해 억지로 하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하나일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받아들임이야말로 불이법과 중도의 실천이다. 이런 점에서 중도를 불이중도(不二中道)라고도 한다. 둘로 나누지 않는 것이야말로 참된 중도의 실천이라는 뜻이다.


받아들일 때 분별없이 받아들이는 말은 곧 ‘모를 뿐’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쉽게 분별하여 ‘안다’고 하지만 사실은 정말 아는 것이 아니라, 분별해서 아는 것일 뿐, 진실로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십팔계(十八界)가 화합하여 ‘안다’는 착각, 즉 육식을 일으킨 것일 뿐이다. 그러니 참된 진실은 ‘모른다’는 것이다.


‘모를 뿐’이라고 할 때, 육식(六識)이라는 허망한 분별의식이 멈춘다. 육식이라는 의식이 자신을 주인으로 내세워 ‘나’, ‘내 생각’, ‘내가 안다’고 여기지만, ‘모를 뿐’이라고 하면, 곧장 분별의식이 멈추고, 중도가 실천되어진다.


그래서 세계 4대 생불이라고 추앙받으며 해외 포교에 매진하셨던 숭산 큰스님께서 그렇게 ‘오직 모를 뿐’이라는 화두를 설하셨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현대적인, 선(禪)적인 중도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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