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원고읽기] '있는' 모든 것들의 창조자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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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언제나 유식무경이니, 일체유심조니 해서 우리 바깥에 있는 물질적인 현상 세계가 진짜로 있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마음이 만들어낸 허망한 것임을 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가 저 명동 같은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우리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거기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군중들 가운데 하나일 뿐, 나에게는 없는 존재들이나 다름이 없지요.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과 부딪쳐서 넘어졌고, 일어나보니 너무 예쁘거나 멋있어서 첫 눈에 반해 버렸다고 해 보죠. 그 사람과 사랑에 빠졌고, 차도 한 잔 하게 되고, 전화번호도 교환을 했어요. 그러면 이제부터 그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이제부터 내 인식의 범주 안으로 들어와 아주 중요한 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저기 어딘가 있을 수많은 이들 중 한 사람이 아니라, 이제 또렷하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고 애착하게 된 한 사람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즉 비로소 내 인식 안에 어떤 한 존재가 ‘있음’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존재는 사실 내 인식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없던 존재가 인연따라 만들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이를 인연생이라고 하지요. 이처럼 우리가 삶에서 만나고 마주하게 되는, 즉 우리 인생에 나타나게 되는 일체 모든 것들이 인연생일 뿐, 실체적으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연생이란 것은 인과 연이 화합함으로써 임시가합으로, 인연가합으로 즉 가짜로 합쳐져서 만들어진 허망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삶 위에 등장합니다. 관심이 없을 때는 없던 것들이 우리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인생에 중요한 등장인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집착하기 시작하게 되면 텅 비어 없던 바탕에서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십이연기의 촉-수-애-취-유-생-노사라는 괴로움이 연기되는 과정입니다. 촉은 무언가를 보고 접촉하는 거에요. 보고 나서 관심이 가고 좋아하는 것에 좋은 느낌을 느끼며 빠져들게 됩니다. 이게 수지요. 점차 거기에 애착하게 되고, 집착해서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게 애와 취입니다. 이처럼 애와 취의 결과 유가 생겨요. 유란, ‘있음’으로 무언가가 내 삶 위에 등장했다는 소립니다. 인연생으로 생겨났다는거에요. 그렇게 ‘있음’으로 등장하면서 그것이 굳어져 생이 되고, 노사우비고뇌의 괴로움을 생겨나게 하는 것입니다.


집착하는 대상이 생겨나면 그 집착심과 유의 결과 인연생으로 온갖 것들이 생겨납니다. 이처럼 생이란 꼭 삶이 시작되는 것만 생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 무언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거나, 집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난 모든 것들을 말합니다. 이렇게 무언가가 생겨나면 꼭 그것은 생노병사 혹은 생주이멸의 변화 발전을 거쳐 결국 사라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다 싸우기도 하고 사랑이 변해 결국 헤어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인연따라 생겨난 모든 것들은 실체가 아니라 허망한 것들이고, 제행무상이며 제법무아로 잠깐 왔다가 가는 것일 뿐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도하게 얽매임에 따른 괴로움도 사라져 갈 것입니다.


무언가 좋아하는 어떤 것이 생겼습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그것은 사실 내 스스로 만든 것일 뿐이고, 내 스스로 집착을 버릴 때까지 실체적 존재로 인식되어 우리를 괴롭힐 것입니다. 결국 내가 ‘있는’ 모든 우주의 주관자이며, 창조자입니다. 거기에 휘둘릴 이유가 없는 이유이지요. 내가 만들어낸 것에 내 스스로 얽매여 휘둘릴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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