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원고읽기] 모를 때 매 순간이 감동이 된다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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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절에 오래도록 다니시는 분들을 뵈면, 자기 절에서 했던 방식, 의식, 의례, 기도 등에 사로잡혀서 그것만이 옳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내가 많이 안다. 내가 절에 대해서 많이 안다’ 라는 어떤 자기 생각에 집착하기 쉽겠죠. 그러나 사실은 불법은 무유정법(無有定法)입니다.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사사로운 부분에서는 사실 이렇게 해도 괜찮고, 저렇게 해도 괜찮습니다. 정성이 중요하고 마음이 중요하지 겉모습이나 의례의식 같은 것에 크게 얽매일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얼마 전에 제가 만난 스님이 한 절에 주지로 가셨는데, 그 절의 보살님들이 기존에 해 오던 의식이며, 수행법이며, 방식을 하도 고집하면서 그렇게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아시길래 그 생각이 하나의 고집임을 알려드리는데 꾀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시더군요.


예를 들어 천도재를 하는데, 아주 그럴싸하게 많은 음식을 차려 놓고, 막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씩 염불을 하면서 여러 스님들 모시고와서 바라춤도 추고 하면서 막 그냥 그럴싸하게 있어 보이는, 그렇게 해야만 천도가 되느냐? 그렇게 해야만 천도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해야 된다고 여기겠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거기 맞춰줘야 되겠죠.


그런데 선방에 계시는 스님들이나 요즘의 선원 등에서는 간소하게 음식을 차려 놓고 그저 좌선을 하거나, 혹은 의식을 간소하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의 49재가 너무 형식적이고, 돈도 많이 들고 그런다는 지적들로 인해 스님에 따라서는 간소하고 소박한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무엇이 되었든 과거부터 내려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무조건 다 옳다고 집착하거나, 특정한 방식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활짝 열린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러려면 내가 안다, 내가 옳다라고 생각하는 아상 대신에 ‘모른다’ 하고 들어가는 것이 불법 공부의 자세입니다. ‘안다’하는 순간 벌써 공부할 수가 없습니다. ‘안다’하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아는 건 어때요?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는 건 안 배우죠. 배우려는 자세가 사라집니다.

 

무엇이든 내가 ‘안다’라고 하고 들어가면 대충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해요. 눈이 올 때, 아이들이, 아들, 딸이 “아버지, 어머니 눈이 와요” 이러면서 막 신나 있을 때, “응, 그래 알았어” 하고 말죠. 별 관심이 없어요. 이 말은 뭐냐 하면 나도 다 알아, 눈 오면 어떤 건지 안다는 것이죠. 안 봐도 다 알아 라고 생각하면 그 눈이 오는 날의 감동을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습니다.


어릴 적에 첫 마음으로 느낄 때 너무 새롭잖아요. 근데 그 첫 마음으로 느끼는 감동을 평생을 이제 못 느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는 봄이 와도 봄이 오는 줄 모르고, 낙엽이 떨어지고 단풍이 들어도 단풍이 드는 아름다움을 모르고, 눈이 와도 눈 오는 아름다움을 모르고 사는 그런 사람으로밖에 살 수가 없어요. 그게 안다고 생각하면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모른다고 생각하면 매사를 난생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게 관찰하게 됩니다. 분별심을 다 내려놓고 과거에 내가 이미 안다라고 했던 모든 생각과 기억과 생각들을 다 내려놓고 난생 처음 보는 것 같은, 오직 모르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겁니다.


우리의 자식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부모님은 잘 몰라요. 내가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데, 내가 타인을 어떻게 알 수가 있겠습니까? 여러분 안에 얼마나 무한한 보석 같은 것이 들어있는지를 모릅니다. 모른다고 할 때만 그 보석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근데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아는 범위 내에서만 행동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자기 안에서 찾지 못합니다.


모른다고 할 때 오히려 더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겁니다. 깨달음도 마찬가집니다. ‘이뭣고?’는 곧 ‘모른다’는 뜻이거든요. 그 어떤 분별망상 없이 ‘모를 뿐’이 되었을 때 전부를 깨닫게 됩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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