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원고읽기] 중생을 버리고 부처로 가는 것이 아니다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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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불법의 대의가 무엇인지를 대략 짐작합니다. 중생들은 이 세상을 분별심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 세계를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로 인해 허망한 대상에 집착하고 사로잡혀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우리가 어리석은 중생인 이유, 우리가 괴로움에 사로잡혀 있는 이유가 바로 허망한 분별심 때문이라는 것이야말로 불법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사실일 것입니다.


그래서 불법에서는 언제나 분별심을 버리고 무분별로 갈 것을 설하는 듯 보입니다. 둘로 나누는 분별의 습관을 버리고 둘로 나누지 않는 무분별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정도로 정리를 할 수 있다면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우등상을 받을 만 합니다. ^^ 훌륭하죠.


그런데 이 정도의 이해를 한 사람이라면 이제 이러한 진실에도 머물러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 눈 뜰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불교를 많이 공부한 사람들 대부분은 분별심을 어리석은 중생심으로 깎아내리고, 우리가 극복해야 할 분별망상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분별망상이 없는 고요한 무심의 상태, 삼매의 상태로 나아가도록 다그치고 있습니다.


분별을 버리고 무분별로 가야 하는 것이지요. 번뇌망상을 버리고 고요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생각을 버려야 한다거나, 망상을 끊어 없애야 한다거나 하는 말들이 전부 이러한 가르침들입니다.


심지어는 분별망상의 중생세간을 버리고 저 출세간의 고요한 세계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번뇌망상이 들끓지 않을 수 있도록 주변의 조건을 통제하기도 합니다. 시끄러운 도심의 삶 속을 벗어나 저 고요한 산사로 수련을 떠나거나, 목에 ‘묵언’이라는 목걸이를 달고 침묵을 수행하기도 하고, 심지어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오로지 분별망상을 조복시켜 깨달음에 이르려고 무문관에 들어가 몇 년 씩 고행 정진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 이러한 수행의 길 또한 아름다운 공부의 방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편들이 잘 맞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마음공부의 전부라고 여기면서, 이러한 공부를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방편과 진실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온갖 수행법의 주요 모토는 어리석은 분별심의 중생세간은 예토로써 깨끗하지 못한 곳이기에 분별심을 타파하여 저 고요한 무분별의 출세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런 것일까요? 분별심이 나쁜 것이고, 분별망상에 사로잡힌 중생의 삶이 나쁜 것이기에 그것을 버리고 저 출세간의 무분별심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분별심을 버리고 무분별을 취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법은 그 무엇도 취하거나 버리지 않는 가르침입니다.


분별을 버리고 무분별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분별과 무분별이 둘이 아님을 바로 보는 것이 참된 불이법입니다. 분별 그대로가 무분별입니다. 색이 그대로 공이고, 공이 그대로 색인 것이지요. 중생을 버리고 부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번뇌즉보리요, 생사즉열반임을 바로 보는 것입니다.


생사와 중생, 분별망상이 가득한 이 중생세간을 버리고 별따로 존재하는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이 세간이 그대로 출세간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여기가 바로 거기요, 이것이 바로 그것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참된 불법은 이처럼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중생과 부처를 나눠 놓고 그 가운데 부처를 향해 가거나, 망상과 실상을 둘로 나눠놓고 그 가운데 망상을 버리고 실상을 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대로의 현실이야말로 곧 진실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제법실상, 입처개진의 진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우리들의 삶 그것이 그대로 진리의 실상임을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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