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원고읽기] 유위법과 무위법

불교에서 괴로움을 받는 이유는 인과응보로써 즉 괴로움의 원인이 될 만한 행을 했기에 그 과보로써 괴로운 결과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업보를 불러오는 행을 업행, 혹은 유위행이라고 한다. 유위행에서 유위란 ‘의도적이고 작의적인 것’의 의미를 지닌다. 즉 유위행이란 내가 의도를 가지고 행한 행위를 뜻한다. 오온에서 보면 행온을 말한다.

십이연기에서 무명-행-식 할 때 그 행 또한 유위행이다. 어리석은 무명으로 인해 유위행을 일으키고 그에 따라 알음알이인 분별심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알음알이, 분별심인 식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음’이라고 하는 중생심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이 식, 즉 분별심 때문에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괴로운 곳으로 분별해서 바라본다. 그런데 십이연기에서는 바로 이 식의 원인이 행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유위행 즉 의도적인 행은 반드시 결과를 가져온다. 좋은 행 선행은 선한 결과를 가져오고, 나쁜 행인 악행은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삶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했느냐에 따라 결과라는 현실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위 이면의 의도가 더 중요한 것이다.

유위법이라는 의도적인 행위가 아닌 의도가 개입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행위를 불교에서는 무위법이라고 한다. 즉 유위법은 의도를 가지고 행위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무위법은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의도 없이 행하는 것이기에, 실제로는 행위를 했지만, 행위를 한 바가 없는 것이다. 즉 행위는 있지만 그 행위에 따른 결과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즉, 무위행은 유위행과는 달리 업보라는 현실을 창조해내지 않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이의 행이 바로 무위행이다. 하되 한 바가 없는 것이다. 행위에 흔적이 남지 않으며, 결과를 남기지 않는다. 행위 그 자체로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깨달음을 얻은 이는 하루 종일 일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남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 행위를 했을지라도 전혀 한 바가 없어진다. 그렇기에 아무런 번뇌를 남기지 않고, 아무런 업보를 남기지 않는다.

금강경에서 ‘응무소주 이생기심’ 즉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것이 바로 무위의 마음을 내라는 것을 뜻한다. 마음을 냈지만 마음을 낸 바가 없는 것이다. 어디에도 머물러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할 마음을 냈지만 내 스스로 열심히 일했다는 상에 머물지 않으며, 내가 열심히 했으니 그 결과를 얼마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의도도 전혀 없다. 그저 열심히 일했다는 그 자체로 끝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결과에 따른 불행이나 번뇌에도 시달릴 일이 없다.

수행도 마찬가지다. 참된 수행은 유위의 수행이 아니라 무위의 함이 없는 것이야말로 진짜 수행이다. 그래서 진짜 수행은 해도 한 바가 없는 것이다. 무언가를 억지로 만들어내거나, 조작하는 것은 참된 수행이 아니다. 유위로써 행한 수행이라면 유위의 결과가 있을 뿐이지만, 깨달음은 유위로써 다다를 수 없는 무위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힘들여서 유위로써 만들어낸 것은 생사법이기에 반드시 소멸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리는 생겨날수도 소멸될 수도 없는 것이다. 즉, 유위심으로 마음을 갈고 닦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내가 하는 수행이 함이 없는 무위인지, 유위에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이켜 보자.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