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원고읽기] 분별하지 않으면 그 자리가 적멸

202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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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남들이 내 뜻대로 움직여 주기를 바랍니다. 남들이 내게 욕도 안 하고, 내 말도 잘 들어주고,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랍니다. 내 뜻대로 세상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을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통제되지 않습니다. 우주는 제 스스로 자연스럽게 자연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지, 내 뜻대로만 움직여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내가 내 마음도 통제를 못 하는데 어찌 남들이나 세상을 통제할 수 있겠어요. 내 입도 내 스스로 통제를 못하죠? 그래서 할 말 안 할 말 다 하지 않습니까? 내 머릿속 생각도 스스로 통제가 안 되죠? 생각 없이 고요히 명상하려고 앉아 있어도 온갖 생각들이 끊임없이 올라오잖아요. 그러면서 어떻게 남들이나 세상을 통제하려고 하겠습니까?


오히려 세상을, 혹은 남들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그들을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해 보려는 내 마음에 문제가 있음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남들이 하는 일에 일일이 시비를 걸고, 세상에서 벌어진 일들에 일일이 시비를 거는 내 마음을 오히려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지요. 사실 남들의 행위에 시비를 거는 내 마음이 문제인 것이지, 나에게 시비를 거는 상대방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통제할 수 없고, 그들은 그들의 삶의 방식대로, 업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녀석이 내게 욕을 하면 화를 내고 반응을 합니다. 저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나를 무시하는구나 하고 말이지요. 이게 바로 분별심입니다. 나이가 많다 적다, 너다 나다, 욕이다 칭찬이다 하며 계속 분별하는 것입니다. 사실 누가 나에게 욕했을 때 거기에 반응한다는 것은 나에게 욕한 상대방에게 힘을 실어주고 나는 그의 말에 휘둘리는 노예의 처지로 전락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욕을 얻어 먹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쥐락펴락할 힘을 실어주면서 내 스스로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노예같은 신세가 된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억울하고 나 자신을 두 번 죽이는 일이겠습니까? 그럴 필요가 없지요.


사실 욕 자체는 중립적인 것일 뿐입니다. 정신적으로 좀 부족한 사람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욕을 하면서 다닌다면 그걸 보고 그렇게 괴로워하지는 않을 거에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욕을 하더라도 그 욕을 듣고 우리가 괴롭지는 않지요. 이처럼 ‘욕’이라는 하나의 경계가 왔을 때 우리는 거기에 반응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두 가지 가능성 가운데 내 스스로 반응하면서 화를 내면서 괴로워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지요.


그러니 이제부터 어떤 괴로운 일이 생겨날지라도, 순간 올라오는 분별심을 지켜본 뒤, 잠시 멈춰서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을 그저 허용하고 해석하지 말아 보세요. 있는 그대로 놔두게 되면 그 경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요하고 원융자재해 집니다. 그 누구와도 시비하며 싸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 마음의 주도권을 내 안에 굳건히 두게 되는 것입니다. 외부의 경계에 일일이 일희일비하며 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본성은 본래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둘로 나누면 괴롭지만 본성대로 둘로 나누지 않고 원융하게 하나로 바라보면 괴로울 것이 없어집니다. 그저 고요하고 움직임이 없고 적멸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상태를 법성게에서는 ‘제법부동본래적’이라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움직인 적 없이 본래부터 고요하다는 것이지요. 생활 속에서 우리 마음도 이처럼 부동본래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본 바탕 법성은 원융하여 무이상이기 때문입니다. 둘로 나누지만 않으면 곧바로 제법은 부동하여 본래 있던 적멸로 돌아갑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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