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의 무명번뇌(無名煩惱)를 오늘 단박에 쉬도록 하시게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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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 혜장(石鞏慧藏)스님은 출가 전에 사냥을 업으로 하였기에, 출가사문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였다. 


하루는 사슴의 무리를 뒤쫒다가 마침 마조의 암자 앞을 지나게 되었다. 


마조가 그를 맞이하자 그는 물었다.


"스님! 사슴이 지나가는 것을 보셨는지요?"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사냥꾼입니다."


"활을 쏠 줄 압니까?"


"쏠 줄 압니다."


"화살 한 발로 몇 마리를 잡나요?"


"한 발로 한 마리를 잡습니다."


"신통치 않군요."


"스님께선 활을 쏠 줄 아십니까?"


"쏠 줄 압니다."


"스님께서는 화살 한 발로 몇 마리를 잡으십니까?"


"한 발로 한 떼를 다 잡습니다."


"저들이나 우리나 모두 생명인데, 어찌하여 저들을 한 떼나 쏘아 잡습니까?"


"그대가 그렇다면, 왜 스스로를 쏘아 잡지는 않습니까?"


"저에게 자신을 쏘라고 하신다면, 저는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습니다."


마조가 말했다.


"이 사람아! 오랜 세월의 무명번뇌(無名煩惱)를 오늘 단박에 쉬도록 하시게."


혜장은 그 자리에서 활과 화살을 꺾어버리고, 스스로 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는 마조를 의지해 출가하였다.


[마조어록]


이렇듯, 현실에서 보자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넘어갈 수도 있을 법한 어떠한 작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법을 깨닫게 되는 일대사인연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이 석공혜장과 마조스님이 만나 대화를 시작하게 된 이 일 또한 그와 같이 이심전심의 인연법으로 일어난 희유한 만남이 아닐 수 없겠다.


사냥꾼에게 활을 쏠 줄을 아느냐고 물어 본 마조스님은, 실은 법을 묻고 있는 것이다.


화살 한 발로 한 떼를 한꺼번에 다 잡는다 답하는 스님의 도리 또한 이 법자리를 깨치고 나면 '나' 하나가 아니라 일체중생을 일시에 구제할 수 있다 하는 법의 도리를 알림이다.


곧 이어 마조스님은,


"왜 스스로를 쏘아 잡지는 않는가", 그리고 "오랜 세월의 무명번뇌(無名煩惱)를 오늘 단박에 쉬도록 하시게"


이러한 말씀으로 단박에 깨달아 아상과 번뇌 망상을 모두 조복시키고 곧장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는 직지인심의 법을 설하셨고, 석공혜장은 그 자리에서 곧장 머리를 자르고 출가를 하게 된다.


단박에 이런 극적인 일들이 진짜 일어날 수 있을까, 석공혜장이 참 대단하구나 싶기도 하겠지만, 여러분들 모두 그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이 아니신가?


모두들 각자의 추구심과 번뇌를 안고 바삐 살아가던 삶의 어느 한 켠에서 문득, 유튜브 속 낯선 스님의 법문 한 자락에, 또는 경전 속 어느 법문 한 구절에 자신도 모르게 발심을 하게 되고, 공부를 하겠다는 간절함만을 안고 이 자리까지 이렇게 오시게 된 것이 아닌가 말이다.


불교를 믿고자, 불자가 되고자 이렇게 찾아 오신 것이 아닐 것이다. 


왜 공부를 하는가? 


오로지 자신의 괴로움의 실체를 알고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노병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렇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닌가 말이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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