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면목은 임시로 세웠다가 꼭 깨뜨려야 하는 방편일 뿐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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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에서는 오온이 공하기에 이 몸과 마음은 진정한 나가 아니며,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있는 자성, 본성, 본래면목, 주인공을 찾도록 직지인심으로 안내합니다.

 

그러나 또한 공부하는 학인이 이 본래면목이라는 무언가를 있다고 여겨 집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본래면목 자리라는 것이 따로 있지 않다고 다시 설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혜능의 본래무일물이죠.

 

본래면목을 한 물건이라는 말로도 표현하는데요, 한 물건이 있어서 말하고 듣고 이 육신을 움직여 간다고 말하지만, 그럴 한 물건은 따로 없다고 설합니다.

 

이것을 모르고,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선불교는 무아가 아닌 참나를 주장한다며 폄하하기도 하지요.

 

선불교는 입파자재(立破自在)라고 하여, 이 본래면목을 세우고 파하는 것을 자재하게 하는 가르침이지, 세우기만 하지 않습니다.

 

사실 사성제에서도 설하듯, 괴로움의 원인은 중생의 분별망상에 있습니다.

 

분별망상으로 제 스스로 생각을 일으켜 없던 일을 만들고, 문제를 만들고, 집착을 만들고, 온갖 괴로움을 만들어 내니 그 괴로움이 진짜로 있는 것으로 착각되었을 뿐입니다.

 

불교에서는 다만 그 중생이 스스로 만든 분별망상이라는 원인을 깨뜨려줄 뿐입니다.

 

괴로움의 원인인 분별망상이 깨지면, 그 문제가 생겨나기 이전의 아무 일 없던 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사실은 이 단순한 것이 귀의이고, 해탈이며, 본래면목입니다.

 

이것이 불교 공부의 전부입니다.

 

다만 용어를 초기불교에서는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해탈, 열반이란 표현을 즐겨 썼고, 선불교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본래면목, 자성, 견성이라고 하여 그 본래 아무 일 없던 분별 이전 자리를 '본래면목' 등으로 이름 붙였다 보니 그런 무언가가 있는가 보다 하는 착각이 생기게 했지요.

 

이것은 장단점이 동시에 있습니다.

 

목표가 명확하면 더 발심하기 쉬운 장점이 있지만, 본래면목이라는 실체가 있는가보다 하는 착각을 심어줄 수 있지요.

 

그래서 백장스님은 세운 뒤에 다시 파하고 그럼으로써 진짜를 보여준다는 삼구법문을 설하기도 했습니다.

 

본래면목은 이처럼 임시로 세웠다가 꼭 깨뜨려야 하는 방편일 뿐입니다.

 

금강경의 '법도 공하거늘 법 아닌 것임에랴'하는 말이 그것입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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