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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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모든 존재는 우연히 생겨난 것이거나, 쓸모없는 것은 없다. 저마다 연기적인 연결성을 통해 온 우주에 나름의 도움을 주고 받으며 상의상관적으로 드러난다. 어떤 것 하나 우연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면, 그 돌부리가 우연히 거기에 있었고, 우연히 내 발에 걸려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그 곳에 있는 것이다. 꽃 한 송이조차도 그 자리에 피어있는 인연이, 이유가 있다.

 

전쟁터에서 행군을 하다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보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총알이 머리 위로 지나가 살아났다면 이것은 우연일까? 우연일 수가 없다. 그 꽃과 군인은 알 수 없는 연결성 속에서 서로를 도운 것이다. 발 아래의 작은 꽃 한 송이 조차 온 우주의 법계연기의 온전한 한 부분이다. 불교의 연기법에서는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이며, 하나 속에 전체가 담겨 있고 전체 속에 하나가 있음을 설한다. 그 꽃 한 송이는 그 작은 하나로 드러났지만, 온 우주 전체와 둘이 아니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귀하고 천한 사람은 따로 없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소중한 붓다의 현현이다. 세상에서 가장 천하게 보이는 한 사람과 가장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 근원에서는 다르지 않다. 모두는 저마다 각자 자기다운 일을 행함으로써, 온 우주를 운행시키고 있다. 거대한 공장이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톱니바퀴로 연결되어 돌아간다면, 아무리 작은 톱니라도 하나가 빠지면 공장 전체가 멈추듯,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존재도 전체와 둘이 아니다. 농부는 농부의 삶을 통해 온 우주를 살리고 있고, 청소부는 청소를 통해, 그리고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에서 평등하게 우주를 운행시키는데 모두가 평등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소소하고 작게 느껴지거나, 보잘 것 없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 일에 나의 깨어있음과 진심을 다한다면 그것을 통해 나는 법계와 하나되는 것이다. 그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그것은 붓다의 그것, 위대한 발명가의 역할과 동등하다. 붓다며 위대한 사람도 농부의 쌀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가.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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