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 참마음이 온 세상의 바탕길(4)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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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생 인연멸 하는 세상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멸할 뿐, 그것 자체의 성품이 없어 진실하지 못하다. 우리의 육신, 몸도 마찬가지다. 이 몸 또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수많은 다양한 인연이 모여 화합된 인연생 인연멸의 허망한 몸일 뿐이다. 그래서 『수심결』에서는 “색신(色身)은 거짓된 것이어서 태어남도 있고 죽는 것도 있다”라고 했다. 생멸하는 것은 실체가 아니다. 그 모든 생멸 뒤에는 생멸하지 않는 한결같은 바탕, 배경이 있다. 있고 없음을 넘어서 있다. 그림을 그리려면 스케치북이나 모니터, 땅 같은 무언가 그릴 수 있는 바탕이 있어야 한다. 영화를 한 편 보려고 해도 스크린이 필요하다. 이처럼 무언가가 있으려면 그 이전에 그것을 있게 해 주는 바탕, 배경 같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 있는 것을 알아차릴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참된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이 참된 마음은 허공과 같아 끊어짐도 없고 변함도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생겨나고 사라지더라도, 그 모든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생겨나게 하고 사라지게 하는 원천인 이 참된 마음이라는 바탕은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끊어짐도 없고 변함도 없다. 파도가 날씨에 따라 거세게 치기도 하고 잔잔해지기도 하지만, 무수히 많은 파도의 생멸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언제나 그대로다. 언제나 그대로인 이 바탕의 성품을 늘 한결같아 변치 않는다고 하여 여여(如如), 혹은 진여(眞如)라고 부른다.

사람의 몸은 죽으면 백 마디의 뼈가 부서지고 흩어져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이 모여 육신을 이루었다가 인연이 다하면 다시 지수화풍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 몸의 생멸을 있게 한 생멸법의 바탕인 이 마음, 본래면목, 한 물건은 영원토록 신령스러워 하늘을 뒤덮고 땅을 뒤덮는다. 하늘과 땅의 일체 모든 것을 전부 섭수(攝受)한다. 하늘과 땅의 일체 모든 삼라만상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 본래마음이라는 바다 위에 생겨난 파도처럼, 일체 모든 삼라만상이 인연 따라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아무리 많은 생멸법이 오고 갈지라도, 그 모든 것이 오고 가는 바탕은 한 치도 흔들림이 없고 여여(如如)하다. 이를 마조 스님은 이렇게 설했다.

“삼계(三界)는 오직 마음이며, 삼라만상은 이 한마음의 흔적이다. 색(色)을 보는 것은 곧 마음을 보는 것이다. 마음은 저 홀로 마음인 것이 아니라, 색으로 말미암아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 세상, 즉 삼계가 그대로 마음이며 바다이다. 이 세상 위에 드러난 생멸법인 삼라만상의 모든 것은 그 마음의 흔적이며 파도이다. 눈으로 생겨난 삼라만상의 모양을 보는 것이 곧 마음을 보는 것이다. 방편으로 설명해 본다면, 보이는 대상은 계속 바뀌지만 변화되는 대상을 ‘보는 놈’인 ‘이것’은 늘 여여하지 않은가. 이처럼 이 ‘마음’은 눈앞에 드러나 있는 삼라만상이라는 모양으로 말미암아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바탕, 배경, 본래면목, 본래마음에 단 한 번도 귀 기울여 본 적이 없다. 우리 중생은 언제나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들’에만 관심이 있다. 이 몸이 생겨나고, 성장하고, 성공하고, 돈 벌고, 옷 입고, 집 사고, 차 사고, 남에게 인정받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관심사가 아닌가? ‘나’라는 존재, 이 육신을 가진 내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 인정받을까? 건강할 수 있을까? 이런 것에만 관심을 가진다. 이 ‘나’라는 존재는 생겨나고 사라지는 허망한 것이기에 진실하지 않음을 모른다.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마치 신앙과도 같다.

이런 중생들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수심결』은 첫 장에서부터 파문을 일으킨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이 몸에 신경 쓰면서 살아가느라 단 한 번도 사유해 보지 못했던 몸의 근원, 나의 근원, 나의 참된 마음을 확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죽더라도 죽지 않고 영원토록 신령스러워 하늘과 땅을 뒤덮는 존재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참나’이기 때문이다. 인연 따라 생멸하는 것들에 집착하고 그것을 실체화하면, 평생 거기에만 사로잡혀 진실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자유로운 삶의 가능성이 사라진다.

이 본마음은 모든 것의 배경에서 그 모든 것이 일어나고 사라지도록 땅이 되어 주기에 마음 땅, 즉 심지(心地)라고 한다. 땅 위에서 일체 모든 존재가 생겨나고 사라지지만, 땅은 그 모든 것의 바탕으로 늘 여여하게 있는 것처럼 본마음은 그렇게 있다. 이 본래마음, 내가 나온 자리, 돌아갈 자리, 이 본바탕을 설하는 법문을 심지법문(心地法門)이라고 한다. 『수심결』이 바로 심지법문이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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