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 팔불중도(八不中道) - 중론(中論)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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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하지도 않고 멸(滅)하지도 않으며

상주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으며

하나도 아니고 다르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

 

능히 이러한 ‘연기법’을 설하여

모든 희론(戱論)을 적멸하니

모든 설법자 가운데 으뜸이신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합니다.

 

✔ 생하고 멸하는 것은 인연 따라 만들어진 것들일 뿐이다. 인연 따라 생겨난 것은 인연이 다하면 소멸한다.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모든 것들, 즉 오온(五蘊)은 모두 인연생 인연멸의 생멸법이다. 나도 세상도, 일체 모든 삼라만상이 전부 다 생멸법이다.

그러나 생멸법 아닌 것이 있다. 인연 따라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불생불멸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삼라만상의 배경에서 그 모든 우주 삼라만상을 생하게 하고 멸하게 하는 바탕의 성품이다. 그것은 삼라만상과 함께 하면서도 삼라만상은 아니다. 삼라만상 그대로가 불생불멸법이면서 동시에 생멸법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번뇌즉보리, 생사즉열반이라는 말처럼 모든 삼라만상의 사물, 존재는 그것이 그대로 생멸법이면서 동시에 불생불멸법이다.

일체 모든 존재의 겉모습은 생멸이지만, 그 배경의 본래 성품은 불생불멸이다. 그러니 일체법의 본성은 무엇인가? 생도 아니고 멸도 아니다. 그것은 항상 하는 것도 아니고 끊어져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상주나 단멸의 양 극단을 여의었다. 그것을 보통 불이(不二)라고도 하고, 일심(一心)이라고도 하여 ‘하나’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하나’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 다른 것도 아니다. 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지금 여기에 이렇게 온전히 드러나 있지만, 그 모습은 볼 수 없다. 보이지 않아서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속의 분별심에 사로잡혀 의식의 필터를 가지고만 이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참된 성품은 세속적인 이해와 연구의 대상이 아니다. 생각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오온, 즉 몸과 느낌, 생각, 의지, 의식은 세속적인 생멸법이지만 이 참된 자성은 출세간법이며 불생불멸법이기에, 세속의 살림살이인 알음알이를 가지고 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법을 세간이 아닌 출세간법이라고 한다. 세간의 이해와 알음알이로는 가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러니 오직 모를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출세간법이라는 진리를 중생에게 설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든 부족한 언어를 통해서라도 최대한 근사치에 가깝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론』에서는 중관사상, 팔부중도의 방식으로 이 출세간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생이면 생이고 멸이면 멸이지만, 출세간에서는 생하는 것도 아니고 멸하는 것도 아니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세간에서는 항상 하는 것이거나 단멸하는 것 밖에 없지만, 출세간법은 그런 것이 아니기에 상주도 아니고 단멸도 아니라고 중도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간법에서는 하나면 하나고 둘이면 둘이지만, 출세간의 진실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

출세간법은 말 그대로 세간의 이해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듣고 우리는 ‘그럼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하고 따질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모름’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 ‘오직 모를 뿐’이라고 들어가면서 알려는 알음알이를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알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되, 궁금함과 의문은 있으되, 그것을 머리를 굴려서 헤아려 알려고 하면 어긋난다. 결정코 머리를 굴려서는 이것을 깨달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중론』에서 이런 팔부중도의 방식으로 진리를 설한 이유는, 이 팔부중도를 듣고 ‘아하! 이런 것이구나’하고 이해를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 말을 듣고, ‘아! 내가 아무리 해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도대체 뭔 말인지 감을 잡을 수 없구나’, ‘그저 모를 뿐이구나’하고 절망하라고 이런 방편을 쓴 것이다. 그것이 바로 『중론』의 목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팔부중도를 이해로써 헤아리려고 한다. 아무리 잘 이해를 했다고 할지라도 사실 그것은 망상일 뿐이다. 그건 『중론』의 목표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모든 희론을 적멸했다’고 하는 것이다. 일체의 모든 논쟁, 생각, 사고, 판단, 분별, 헤아림이 완전히 딱 끊어지도록 이끌어 주시는 분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바른 설법자는 잘 이해되도록 이끄는 것이 아니라, 도무지 답이 안 나오고, 그 어떤 해답도 내릴 수 없고, 그 어떤 생각으로도 이해할 수 없도록 이끄신다. 그야말로 꽉 막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희론이 적멸하도록, 생각이 갈 길을 잃도록, 분별망상이 사라지도록, ‘나’라는 망상이 없어지도록 이끄는 것이다. 부처님이야말로 그런 ‘희론을 적멸’하도록 이끄는 모든 설법자 가운데 으뜸이신 분이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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