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무가애고 무유공포(無罫碍故 無有恐怖) - 대품반야경의 공포 - 생각이 만들어낸 두려움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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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의 두려움은 ‘혼자서 빈 집에 있는’ 두려움입니다. 사실 정말로 혼자 있을 때는 두려울 이유가 없습니다. 나를 두렵게 할 만한 무언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혼자 아무도 살지 않는 흉가 같은 곳에 있을 때 두려움을 느낍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에 산길을 갈 때에도 무덤 옆을 지나갈 때는 늘 공포감에 질렸던 것 같습니다.

혼자 있는데도 두려운 이유는 바로 ‘생각’ 때문입니다. 나를 공포에 떨게 할 만한 누군가가,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두려운 생각이 두려운 마음을 불러오는 것이지요.

보통 자기 집에 혼자 있을 때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한 생각이 올라와 예전에 보았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면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오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두려움이란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두려움의 창조주는 바로 생각이요, 분별망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환한 대낮에 고즈넉한 산길을 홀로 산책할 때는 두렵지 않지만, 밤이 되어 그 길을 걷는다고 하면 두려운 공포감이 생겨납니다. 사실은 태양이 지구의 이쪽을 비추느냐 저쪽을 비추느냐의 차이일 뿐이지만, 우리 마음은 어두운 곳에 홀로 있을 때 무섭다는 공포감을 만들어냅니다. 사실 그 산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낮과 밤의 차이는 다만 어둡고 밝은 차이일 뿐, 그 산길 자체에 어떤 고정된 공포스러운 대상이 밤에만 더 많은 것이 아닙니다.

귀신에 대한 두려움 또한 하나의 생각일 뿐이지요. 귀신을 믿는 사람에게만 귀신은 두려운 대상이 됩니다. 그 생각, 그 믿음은 누가 만들어 냈을까요? 바로 나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일 뿐입니다. 이처럼 모든 두려움과 공포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기 생각일 뿐입니다.

제 스스로 생각으로 두려움과 공포감을 만들어 내 놓고는 제 스스로 그 두려움 속에 빠져들 뿐인 것이지요.

‘혼자서’ 빈 집에 있다고 했는데요, ‘혼자서’ 있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두렵지 않다가, 혼자 있으면 두렵다고 느끼는 것도 하나의 생각일 뿐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왠지 모를 든든함 같은 것이 느껴지고, 그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러나 혼자 있으면 의지할 곳이 없어 더욱 두렵게 느껴집니다. 든든한 마음, 의지하는 마음, 그 또한 제 스스로 만들어 낸 생각이요 마음일 뿐입니다. 사실은 혼자 있든, 함께 있든 똑같습니다. 그저 나는 이렇게 있을 뿐입니다.

혼자 있더라도 사실은 이 우주 전체와 함께 있는 것이고, 함께 있더라도 사실은 혼자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 분별망상심이 혼자와 둘을 나누어 놓고 분별하기 때문에 온갖 두려움과 망상이 생기는 것일 뿐입니다.

두려움과 공포가 생기면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말고 잠시 두려워해 주기를 선택해 보십시오.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공포와 싸우게 되면, 오히려 내 스스로 그 두려움에 힘을 부여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심과 싸워야 하는 것이지요. 헛된 에너지만 낭비할 뿐입니다. 그 대신 그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채, 두려워해 주기를 선택해 본다면 그 두려움은 곧 사라질 것입니다. 두려운 마음, 공포감이 어디에 있는지 가만히 분별 없이 관찰해 보면, 그 두려움을 온전히 하나되어 느껴줘 보면 도대체 이 공포감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갔는지를 찾을 길이 없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받아들이고 관찰하는 순간, 이미 그 공포심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분별 없이 관찰하기’와 ‘받아들이기’는 모든 명상의 핵심이며,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아주 좋은 방편의 수행입니다. 그 어떤 괴로움이라 할지라도 그 괴로움을 받아들여 괴로움과 함께 있어 주고, 분별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될 때 그 괴로움은 저절로 사라져 갑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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