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고지 반야바라밀다(故知 般若波羅蜜多) - 생각이 오고 가는 자리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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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단어라도 좋으니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눈 앞에 상상으로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자장면’을 눈앞에 그려보세요. 다시 ‘개나리’와 ‘콜라’도 그려보세요. 눈을 뜨고 상상으로 이미지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눈앞의 목전에 자장면과 개나리와 콜라를 그렸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사라졌을 겁니다. 그런데 그 자장면과 개나리와 콜라라는 상(相), 모양, 이미지는 분명히 그렸는데, 그 이미지를 어디에다 그렸습니까? 어디에서 그 이미지가 그려졌나요? 또 그 이미지는 어디로부터 나왔을까요?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에서 머물다가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또 그 이미지를 그린 ‘놈’은 누구일까요? 왔다가 간 것은 분명한데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다가, 어디로 돌아갔는지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분명히 그 이미지를 그렸기 때문에 그려진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 이미지를 그린 놈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 바탕, 배경이 바로 본래면목이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입니다. 물론 그것이 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미지가 그려진 배경도 ‘이것’이며, 그 이미지가 온 곳과 돌아간 곳 또한 바로 ‘이 자리’입니다.

바로 ‘이 자리’, ‘이것’을 찾는 것이 마음공부입니다. 그것은 간절한 발심을 한 자가 이러한 법문을 자주 듣게 되면 저절로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미지가 생겨났다 사라지듯, 언어와 말도 생겨났다가 사라집니다. 언어에 담긴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서 머물다가, 어디로 사라져 갔는지, 또 그 말을 한 자는 누구이며, 그 말을 듣는 자는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 바로 선공부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 말이 어떤 말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어떤 말이 나오든, 중요한 것은 그 말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나오는 첫 글자에서부터 ‘그 말이 나온 자리’, ‘그 말을 듣는 놈’을 참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말이야 ‘뜰 앞의 잣나무’라고 하든, ‘자장면’이라고 하든, ‘마삼근’이라고 하든, ‘호떡’이라고 하든, 국어사전에 있는 아무런 글자를 말하든, 아니 그저 아무 의미 없는 말을 마구 떠들어 대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 말이 나오기 이전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 바로 이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 나오기 이전자리’, ‘말머리’를 화두라고 부릅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진리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스승은 눈앞에 있는 사물을 아무거나 가리킵니다. ‘뜰 앞의 잣나무’, ‘마른 똥막대기’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제자가 뜰 앞에 서 있는 잣나무를 관찰하고 골똘히 생각하면서 저 잣나무가 왜 진리일까? 하고 망상을 피우기 쉽습니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그런 의미를 지닌 말보다, 의미가 없는 말을 내뱉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적어도 그 말의 뜻을 따라가는 일은 없을테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진리가 무엇입니까?’,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면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라고 답해주는 것이 바로 『반야심경』의 총결분인 것입니다.

‘고지(故知)’라는 것은 ‘그러므로, 알라’라는 말로써, 지금까지 언설(言說)로써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언급했던 『반야심경』의 본문 내용에 대해 주의 환기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비밀의 주를 설하고자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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