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행원품] 서분 - 절에서 흔히 보는 분별심들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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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절에서 우리가 일으키는 분별심에 대해 조금 살펴보죠.

아이들이 절에 와서 뛰어놀면서 웃고 떠들 때 언짢아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절에서는 정숙해야 하고, 뛰면 안 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들은 천진한 그 자연 성품 자체이기에 본래 뛰고 노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보면 아이들이 절에서 뛰어노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삶은 이렇게 해야 하고, 불법은 거룩한 것이고, 부처님 앞에서는 말과 행동을 단정하게 해야 하고···’ 등등의 상(相)에 치우친 사람들이 주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절에서는 이런 정도는 지키자는 약속을 하는 게 좋습니다만, 불교에서는 지켜야 한다고 정한 계율조차 개차법(開遮法)이라 하여, 지킬 줄도 알아야 하지만 범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설합니다. 계율 그 자체에도 절대적으로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그 어떤 절대적인 옳고 그른 것은 본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절에 와선 이렇게 해야 해.’라고 하면서 꼭 지켜야 한다고 하는 것도 자기의 생각을 고집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불교는 이런 거야.’라고 할 만한 정해진 무엇이 불교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 했습니다.

단하 천연 스님의 일화에서 유래된 단하소불(丹霞燒佛)이라는 화두가 있습니다. 단하 천연 스님이 혜림사라는 절에서 하루 머물게 되었는데, 추운 겨울날 냉방에서 추위에 벌벌 떨다가 법당에서 목불(木佛)을 내려다가 도끼로 쪼개 불을 때서 뜨끈뜨끈한 방에서 푹 잤습니다. 다음날 그 상황을 보고 주지 스님이 기가 막혀 야단을 치며 화를 내자 단하 천연 스님이 화로(火爐)로 가서 뭘 찾는 것입니다. 주지 스님이 “무엇하느냐?”라고 물으니 “사리(舍利)를 찾는다.”라고 대답하면서 “나무부처가 진짜 부처라면 여기에 사리가 있어야 할 게 아니냐?”라고 질타합니다.

그래서 불교를 파격(破格)이라고 합니다. 격식(格式)을 파(破)하는 가르침이 불교에요. 그런데 오히려 오래 절에 다닌 불자들을 보면 고정관념에 휩싸인 분들이 많습니다. 과일은 몇 종류를 반드시 올려야 되고, 어떤 과일은 절대 올리면 안 된다는 둥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하는 게 아주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우리끼리의 약속입니다. 약속을 잘 지키는 게 좋긴 합니다. 하지만 몰라서 범하는 사람에게 화를 낼 필요는 없겠지요. 절에서 예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 또한 예법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것을 계금취견(戒禁取見)이라고 하는데요, 형식적인 계율이나 의례의식 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삿된 견해를 말합니다.

진실로 탁!(죽비소리) 이것이 부처지 저 앞에 있는 형상이 부처가 아닙니다. 내가 이미 갖추고 있는 게 부처입니다. 그렇다고 법당의 부처님을 무시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처럼 지극하게 부처님을 공경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의 자리에서는 이 파격(破格)이 가능합니다. 진짜 부처가 뭔지를 알면 이 모든 방편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서울에 가면 젊은 스님들을 중심으로 불교문화가 상당히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천도재(薦度齋)도 어떤 절에서는 음식을 정말 간단하게 올리고, 염불(念佛)도 2시간 3시간씩 안 하고 법회를 하고, 다 같이 절 한 번 하고 끝나는 때도 있습니다. 저도 군승(軍僧)으로 있을 때, 먼저 열반에 든 선배 법사 스님들의 천도재를 지낼 때, 초기에는 2~3시간 염불하며 천도재를 했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그저 차올리고 삼배를 드리는 것으로 천도재를 끝내곤 했습니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칠 것은 없다는 것이죠. 형식적인 것을 챙기는 걸 나무랄 필요도 없고, 안 하는 것을 무조건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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