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11)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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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 초기선의 구체적인 공부로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스승의 법문을 꾸준히 듣다 보면, 제자는 저절로 분별 의식이 꽉 막히게 되고, 스승이 확인하고 있는 저 마음자리를 나 또한 확인하고자 하는 간절한 발심(發心)만이 오롯이 남게 된다. 그렇게 간절한 발심을 품고서 법문을 듣고 스승의 직지인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절 인연이 찾아와 저절로 이 소식을 밝히게 된다. 법을 보는 안목이 밝아진다.

스승이 설하는 법문의 말귀를 비로소 알아듣게 된다. ‘아하!’ 하고 이 자리를 확인하는 체험이 온다. 이것을 선에서는 일별(一瞥), 견성(見性), 돈오(頓悟), 깨달음, 해오(解悟)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지만, 이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거창한 이름보다 오히려 ‘입문’이 더 어울린다. 이제 비로소 참된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고, 입문을 시작한 것일 뿐이다.

깨달음의 체험이라는 것 또한 정형화된 틀이 있어서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업식(業識)에 따라, 공부에 따라, 발심에 따라, 의심의 크기에 따라 다 다르게 찾아온다. 강렬한 깨달음의 체험을 동반하면서 우주가 사라지고 내가 사라지는 체험이 오기도 하지만, 쓱 하고 내려가는 느낌 정도로 가볍게 오는 사람도 있다. 체험의 방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바른 스승의 법문을 듣고 직지인심 견성성불하는 것이 이 공부의 전부다.

그래서 이 공부에서는 올바른 법의 안목을 밝힌 스승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할 수밖에 없다. 법을 밝힌 스승만이 제자에게 법을 보여 줄 수 있고 직지인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승을 만나고 나면 공부는 다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때부터는 스승의 법회 회상에 동참하며, 묵연히 그저 참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선 공부 회상에 참여하는 것, 그것을 참선(參禪)이라고 했다. 좌선하는 것이 참선이 아니라, 공부에 참여하는 것이 참선이다. 법문을 듣는 것이 곧 참선이다.

 

참선은 어려운 게 아니다. 부처가 되는 것은 “세수하다가 코 만지는 것만큼 쉽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괴로움 소멸의 길, 해탈과 열반의 길은 그동안 너무 과장되어 왔다. ‘깨닫기는 너무 어렵다’는 바로 그 생각만 내려놓고, 다만 스승이 설하는 법의 회상에 동참하기만 해보라. 이 간단하고 단순한 공부의 길에 들어서기만 하면 된다.

물론 불교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그럴 리 없어’, ‘깨닫기가 그렇게 쉬울 리 없어’, ‘수행은 엄청난 고행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거라고’ 하는 등 이런 내면의 소리가 끊임없이 공부를 방해할 것이다. 이것이 불교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선에 참여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불교를 오래 공부한 사람일수록 불교에 대한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고,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런 말을 듣더라도 콧방귀를 뀌고 만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우리는 기존의 불교를 통해 ‘깨닫는 것이 너무 어렵고’, ‘10년 동안 눕지 않고 좌선만 한 사람도 못 깨달으며’, ‘뼈를 깎는 난행과 고행을 하더라도 못 깨닫고’, ‘좌선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많은 깊은 선정의 맛을 보더라도 못 깨닫고’, ‘초인적인 수행력을 갖춘 자만이 깨달을 수 있다’라고 배워 왔다. 그랬기에 수행에 대한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필자 또한 그래서 이 공부가 어려웠고, 이것을 찾기까지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았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내가 해왔던 모든 공부를 다 내려놓고, 지금까지의 공부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공부인으로서 그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그동안의 내 공부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공부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이런 좌절, 절망, 혹은 내가 무너지는 순간을 겪어야 한다. 그래야만 결국에 내가 사라지는 ‘즐거움’이 깃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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