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록] 환상의 약으로 환상의 병을 치료한다 - 대혜종고(大慧宗杲) 서장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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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을 지을 때도 환상이고, 과보도 환상이며, 깨달음도 환상이고 무명(無明)도 환상이며, 과거현재미래가 환상이니, 이런 잘못을 안다면 환상의 약으로 다시 환상의 병을 치료합니다. 병이 나아 약을 치우면 여전히 옛날 그 사람일 뿐입니다.

 

스스로 근기가 둔하다고 여기지만… 둔하다는 생각을 간직하여 다시 번뇌를 일으킨다면 환상 위에 다시 환상을 더하는 꼴입니다. 근성이 둔함을 아는 이것은 결코 둔하지 않습니다.

 

✔ 이 세상은 전부 환상이며 꿈이다. 업도 환상이고 과보도 환상이다. 무명도 꿈이고 깨달음도 꿈이다. 모든 것이 한바탕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든 것이 하나의 바다 위에서 일어난 파도와 같다.

이러함을 안다면 환상의 약으로 다시 환상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 설법도 환상이고, 방편도 환상이며,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이 전부 다 환상의 약이다. 팔만 사천 대장경과 모든 불교교리가 전부 환상의 병을 치료하는 약이다.

꿈의 스토리 안에서 이 사람이 저 사람에게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꿈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도 다 꿈이다. 꿈속에서 꿈을 깨야 하는 것이다.

환상의 병을 치료하고 나면, 꿈을 깨고 나면, 깨달음을 얻고 나면 갑자기 세상이 개벽을 하고, 놀랍고 신비로운 세계가 짠하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신통력이 열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하는 것 마다 잘되고, 병도 다 낫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시 본래 그 사람, 옛날 그 사람일 뿐이다. 다른 것은 모두 똑같다. 그대로 평상심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이 환상임을 이제는 알 뿐이다. 꿈을 꾸고 있음을 알기에 꿈속의 스토리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다. 집착 없이 자유롭게 살아간다.

공부를 하다가 스스로 둔하다거나, 근기가 약하다거나,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둔하다거나 근기가 약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면 다시 둔하다는 번뇌를 일으키는 것이니, 이는 환상 위에 다시 환상을 더하는 꼴이다. 둔하다는 것도 하나의 분별일 뿐이니, 이 자성의 근원에는 둔하거나 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근성이 둔하다는 것을 누가 아는가? 무엇이 근기가 약하다고 알고 있는가? 근성이 둔하다고 아는 이것은 결코 둔하지 않다. 둔하다는 그 생각을 따라가지 말고, 근성이 둔하다고 여기는 그 놈을 돌이켜 회광반조(廻光返照) 해 보라. 그 자리는 결코 둔하지 않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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