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인가? 아상 축소의 기쁨인가?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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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문]

스님께 귀의합니다.

스님 법문이 어찌 그리 제 인생의 정곡을 찌르는 말씀들 인지요.

정말 한 말씀 한 말씀이 모두 제 마음에 간직하고 싶은 심정이고요.

 

그렇게 간절히 설법하시는 음성이 너무나 고마워서
들을때 마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스님 말씀이 많은 인생의 도움이 되고 있는 초심자입니다.

저는 현재 우리회사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본사에 근무하다가  

지방으로 근무지가 바뀐 상태입니다.(거의 좌천이지요)
회사 입사 초부터 얼마전 까지는 야간대학출신이라는 생각없이 지내왔고

같은 대학출신들에게도 선, 후배로서 대우를 해왔습니다.

내가 야간대학출신이라고 내놓고 예기는 하지 않았고 꼭 그럴 필요도 없었습니다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얼마전 우리회사 후배와 후배 동료인 타회사 직원이 함께있는 자리에서

 야간대학출신이라고 해서 모욕을 당했지요

(상대방은 야간대학 출신인 저를 선배라고 한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매사에 야간대학이라는 것이 걸려서 자신감을 잃게 되었습니다.

 

또한 회사직원들이 뒤에서 내 예기를 하는것 같고
그동안 그들을 거짓으로 속이고 살아왔다고 자책하게 되고

나 자신조차 야간대 출신을 무의식중에 없신 여기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야간대학출신이라는 이유로 동창회에도 참석하기 꺼려지고  

우리 동서도 같은학교 출신인데 괜히 속인것 같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최근에는 우리집 사람에게 고백했습니다.

 

사실은 야간대출신인데 결혼전에 예기하지 않아서
미안하다.용서해 달라고 했지요 .

 

집사람은 지금의 나를 정말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출신학교가 무슨 문제냐고요.

다시 태어나도 저랑 결혼한답니다.

눈물나게 우리 집사람이 고맙습니다.

모두 무상한것이라고 이해도 되고 허상에 사로 잡혀서 헛 살고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스님께서 아상이 허물어지면서 괴로움을 느낀다고 하셨는데 정말 괴롭네요.

스님말씀대로 괴로움으로 다가오는 모든것에 감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는 너무 어리석어서  무상이라고 하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열등감이 항상함으로 느껴지고 수시로 떠올라 괴롭습니다.

 

가라앉았다가 바로 떠오르고 계속 반복하기에 ....
그래서 요즘에는 스님 말씀대로 그 생각이 날때마다 "관하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108배하고 아침 저녁으로 광명진언1080독 다라니경 108독을 하면서 발원합니다
"부처님 저는 모자람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부족함이 없이 가피를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처님 저로 인해 배신감을 느껴 성을 내는 선,후배님들

또 주위의 모든이 들 에게 업장소멸의 가피를 내려주소서 "

이렇게 기도하고 발원하는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것인지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너무 하찮은 일인줄 알지만  스님의 고견을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답 변]

예... 가만히 들어보니까
그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아, 그럴 수도 있으시네요.

제 가까운 분 중에 한 분은 야간 주간으로 인한 열등감이 아니라,
대학을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으로
대학 나온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자괴감까지 느끼곤 하는 분이 계셨어요.
아마도 구조는 비슷한 문제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선 여기에서 그 야간대학 출신이라는 열등감으로 인해
괴로운, 그 마음의 구조를 한번 살펴보지요.

그 전에 먼저 짚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현실이야 어차피 현실인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야간대학인 것을 불쾌해 한 사람이야 어차피 그 사람 문제인 거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는 또 다른 그런 사람도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야간대학이라고 해서 다르게 보는 그런 시선 가진 세상의 모든 사람을
탓하거나, 바꿀 수는 없는 문제라는 것은 분명한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예, 바로 나 부터,
그런 외부적인 경계나 상황으로부터 괴로움을 느끼는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즉, 지금의 이 문제는
야간대학을 나온 것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그것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내 마음의 문제입니다.
즉 그 현실, 상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나의 해석이 문제란 말이지요.

물론 그렇게 괴로워하고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외부의 사람들이, 경계가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깎아내리는 것 같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이 나를 야간대학 나왔다고 평가절하하거나,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것 같은 그 마음입니다.

즉, 쉽게 말해
아상이 무너져 내리는데서 오는 괴로움인 것입니다.
내가 축소하는데서 오는 괴로움이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잘나 보이고 싶고,
남들보다 더 우월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아상입니다.
아상을 키우고 싶은 욕구이지요.

그 아상충족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상이 충족되면,
즉 내가 커지면 기쁘고,
내가 작아지면 괴롭고 슬프고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란 말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입니다.
법우님은 바로 아상의 축소를 경험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상축소가 왜 법우님에게 괴로움이 되고 있는가?
왜 이겠어요?
우리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듯,
법우님 또한 아상 확대, 아상 확장을
삶의 기쁨으로 알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아상이 확대되는 즐거움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을 사는 즐거움이고,
삶을 보람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는 에너지입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어때요?
아상 확장이야말로
가장 큰 위기이며, 문제입니다.

불교의 목적은
아상의 축소,
나아가 아상의 소멸에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목적은 아상확장이지만,
불교 수행자의 목적은 아상소멸입니다.

그러니 어떻습니까?
이 사실을 분명하게 보고,
나의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러한 지혜가 있다면,
법우님의 지금 상황은
정확히 아상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기에,

사실은
그리 나쁜 조건인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수행하기에 아주 적합한 때이고,
내 아상의 소멸을 경험함으로써,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아상타파의 대장부의 길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기가막힌 순간인 것입니다.

법우님 인생에서
아주 드물게 경험할 수 있는
아상축소의 길인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길을 싫어하지만,
수행자라면 이 길을 반깁니다.

법우님...
우리 법우님들이,
우리 수행자 도반들이
그 아름다운 길을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이 길이 물론 다소 어렵고,
남들에게 손가락질도 당하는 것 같고,
뒤에서 욕하는 것도 같고,
내가 공연히 잘못한 것도 같고,
거짓말 한 것도 같고,

그런 마음이 드시겠지만,
그런 마음도 다 놓아버리시고
그저 그 아상이 축소되는 느낌,
그 괴로운 느낌, 그 열등감의 느낌들을
있는 그대로
매 순간 순간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지켜보는 바로 그 순간,
아상타파라는
금강경의
대장부의 넓은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졸부들은
그 순간이 괴로워서 어쩔 수 없겠지만,
대장부라면

그 남들이 다 두려워하는
아상축소의 길을
저홀로
혹은 지혜로운 도반들과 함께
반기면서 당당히 즐겁게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경계, 상황, 조건은
최악인 것 같아도
그것 자체가 최악인 것은 아닌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나의 해석이 최악일 수는 있어도 말이지요.

지금 이 사실에 대한 법우님의 해석을
최악으로 몰고 가지 마십시오.
그 현실은 최악이 아니라,
어쩌면 최고의 순간일 수 있습니다.

수행하기 좋은 때를 만난 법우님께
깊은
저 깊은 곳에서 하나라는 동체적 사랑으로,
응원과 힘과 마음을 보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다운
가행정진의 때로 받아들이시고,

이 현실의 수행의 장을
거부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저어가시기 바랍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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