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때문에 이혼도 못하겠고...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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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아내의 부정한 행위 때문에 속을 끓이며 살고 있습니다. 아내는 애들도 잘 챙기지 않고 빨래며 청소며 집안일도 제가 다 챙겨야 합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들에게 마음고생을 시키지는 말아야겠다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생활 속의 일체 경계를 수행의 재료로 밝게 돌리라고 하신 스님의 말씀을 따르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지만 참고 견디기가 힘이 듭니다. 정말 어찌해야 하는지요?


저 또한 이럴 때 뭐라고 답변을 드려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힘들더라도 수행의 재료로 알고 그냥 살라고 답변을 드리는 것도 잠시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다시금 현실로 돌아오면 또 다시 고통이 시작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어떤 똑 부러지는 교과서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지요. 이 세상 모든 문제에는 '이것이 가장 좋다'라고 할 수 있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내 의지에 따라, 내 마음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됩니다. 인연따라, 상황따라, 사람에 따라 이쪽 길이 더 나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쪽 길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풀어야 할 숙제 같은 업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게 아내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 법우님의 업장을 소멸시키려는 것이거나 아니면 두 사람 사이의 좋지 않은 인연들이 바로 이번 생에 좋은 시절인연을 만나 빠져 나가고 정화되려는 ‘좋은’ 일이라는 것이지요. 전생의 두 사람 간의 인연을 알 길이 없다보니 지금 현생에서는 너무 답답하고, 답이 안 나오고, 너무한다 싶기도 하겠지만 인연의 법칙에는 우연도 없고, 예외도 없습니다. 모든 일들이 엄격히 인과응보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힘겨워도 받아들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고, 그 모든 상황이 사실은 온전한 내 책임 아래에 놓여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내 삶의 아름다운 진보를 위해 내가 책임지고 짊어지고 가야 할 이번 생의 숙제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한 번 받아야 할 업장이라면, 어차피 한 번 풀고 가야 할 인연이라면 바로 지금, 바로 이 생에 풀고 툭툭 털고 가는 것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길입니다. 그래도 이런 중요한 때에 다른 사람들은 혼자서 끙끙 거리다가 무너지는가 하면, 오히려 상대방과 더 크게 싸우며 업장을 녹일 수 있는 기회에 오히려 더 큰 업장을 짓고 가기가 쉬운데, 법우님께서는 마침 이렇게 불법을 만나 이 모든 사실을 알았고 또 수행으로 녹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런 좋은 때가 아니면 또 다시 그 어느 생에 이 무거운 업을 감당하고 녹이시겠습니까?

이런 상황에 대해 '내 업을 녹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구나'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내에게 바라는 마음을 다 놓고 다만 내 업을 녹이겠다는 자세로 삶을 살아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내가 집안일을 소홀히 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래, 내 일이다'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되, 아내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고 받아들이면 더욱 큰 화를 키울 수 있으니 진심으로 '저럴 수밖에 없는 아내도 참 안 되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자비심을 내시기 바랍니다.

아내에게 바라는 모든 기대들을 그냥 놓아버리고, 다만 법우님의 삶에 최선을 다해 보십시오. 아내가 일찍 안 들어오고, 설거지도 안 하고, 청소도 안 하는 이 모든 것을 그냥 ‘없는 사람이다’ 생각하고 ‘전부 내 일이다’ 하면서 법우님이 다 해 보라는 것입니다. 아내가 없어도 아이들을 잘 키우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없다고 생각하면 이 모든 게 다 내 일이니 괴로울 것도 없고, 원망할 것도 없고, 그냥 내가 할 일을 내가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완전히 무관심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들어오면 그래도 들어와 주기라도 하니 고맙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존재로라도 남아 있어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마음공부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들을 그냥 해 나가시는 겁니다. 또한 이렇게 집 나가지 않고 들어 와서 내 속을 긁고 내 화를 돋우더라도 이렇게라도 남아서 이번 생에 업장을 녹일 수 있게 해 주어 고맙다, 당신도 이런 방식으로 함께 업을 녹이는데 동참하고 있구나 하면서 수행의 벗, 도반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이 모든 삶의 문제는 사실 문제가 아니라 이번 생에 법우님 마음 공부 하라고, 업장소멸 하라고 법계에서 내려 준 아주 고마운 경계입니다. 사실은 문제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그러니 이 상황을 마음공부의 장으로 바꾸어 보시기 바랍니다. 수행자들은 일부러 고행을 만들어 행하기도 하고, 하루에 한 끼 먹으며 숲 속에서 두세시간만 자면서 수행하기도 합니다. 티벳에서는 스님들이 수행과 업장소멸을 위해 일부러 ‘괴로운 상황이 오기를’ ‘악연을 만나기를’ 하고 발원하기도 합니다. 일부러라도 그런 상황을 만들어 거기에 대처하면서 마음 공부를 지어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법우님은 이미 좋은 공부 상황이 만들어 졌으니, 이제 화가 올라오고, 증오가 올라오고, 고통이 올라올 때마다 그 올라오는 마음을 지켜보며 놓아버리고 받아들여 줌으로써 이 상황을 마음공부의 생생한 장으로, 삶 속의 수행처로, 선방으로 바꾸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혜의 수행도 해야 하지만, 마음속에 자비의 실천도 함께 해야 합니다. 자비로운 마음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그것이 가능합니다. 화는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참는다 하면 절대 인욕이 될 수 없습니다. 수행자들은 전혀 모르는 불쌍한 사람도 내 일처럼, 내 부모처럼 돕고, 나눔을 실천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 생에 아내로 맞이한 사람의 불쌍한 업을 남편의 인연으로 묶인 내가 못 받아들여주고, 자비로써 바라 봐 주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아내도 그런 업을 짓고 이 세상에 와서 사는 것이 안 된 일이구나,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세요. 아내를 미운 사람으로 보지 말고, 내가 돌봐주어야 할 불쌍한 한 존재로 생각해 보세요. 아내의 잘못 또한 전생에 나와의 인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나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이번 생에 만나게 된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이 모든 것을 내 수행의 재료로 생각하고 다스려 나가기 바랍니다.

 


법상스님 『 기도하면 누가 들어 주나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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