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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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음속으로는 불교가 좋지만, 취직조건 때문에 성당에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가톨릭이 특별히 싫은 건 아닙니다. 불교든 가톨릭이든 어느 하나를 꽉 붙잡고 있어야 할 텐데 지금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성당에서는 ‘온전히 믿으라’ 하는데 제 마음속에는 불교에 있어 온전히 믿을 수가 없네요. 두 종교 다 좋은 말씀이지만, 불교 경전도 읽으면서 성경도 읽는 것이 저를 속이고 또 남들도 속이는 듯해서 참 괴롭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딱 잘라서 불교만 진리고, 무조건 불교를 믿으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참 진리를 공부하고, 올바로 종교를 믿고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그냥 다른 종교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말이 아닙니다. 진리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이렇게 나뉘지 않는 것입니다. 그냥 이렇게 우리가 살아 숨 쉬고 말하고 움직이며 사는 것, 이 세상 만물이 조화를 이루고 사는 것, 지수화풍이 조화를 이루고, 대자연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우주가 조화를 이루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운행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진리이고 종교인 것입니다. 종교라는 말 자체가 근본의 가르침, 즉 진리의 가르침이란 말입니다.

성경 읽으면서 불경 읽는 것이 무슨 허물이 되겠습니까? 저도 때때로 성경을 읽고 감동을 받습니다. 신부님이나 수녀님, 목사님 글을 읽고 그 안에서 진리를 느끼고 행복을 느낍니다. 사실 불교 신자라는 것은, 수행자라는 것은 불교 경전을 읽는 사람, 불교문화에 따라 불교적 신앙행위를 하는 사람, 그렇게만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참되게 사는 사람, 진리답게 사는 사람, 그것을 이름 붙여서 불교신자라고 했을 뿐이고, 진리를 이름 붙여 불교라고 했을 뿐입니다. 불교는 불교라고 이름 짓는 순간 이미 불교와는 멀어지는 것입니다. 저 또한 내가 불교 수행자다 이렇게 단정 지어 생각하기 보다는 진리를 실천하려는 수행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한정된 틀에 가두어 버리면 우리는 참된 진리를 공부할 수 없게 됩니다. 제가 불교를 공부하는 이유는 그것이 참된 진리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불교이기 때문이어서는 아닙니다.

그럼 다른 종교는 참된 진리가 아닌가.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이나 다른 가르침도 온전하다고 봅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에 성경을 올바로 해석하여 가르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좀 듭니다. 하느님을 또 절대자를 내 안에서 찾을 수 있고, 아니 안팎의 분별도 없이 온 누리 법계에서 찾을 수 있고, 사람 뿐 아니라 자연이며 작은 미물조차 불성이 있고, 그대로 부처님 성품의 나툼이고, 사람이든, 자연이든, 마음이든, 부처든, 중생이든 모든 것이 참 성품의 나, 모든 것이 하느님 그자체이고, 부처님 그 자체라는 자각 혹은 믿음 같은 것입니다. 나와 너를 나누고, 나와 신을 나누고, 사람과 자연을 나누고, 나와 세상을 나누어 놓는 그런 이분법적인 가르침이 아닌 일체제법이 참 성품 그 자체라는 이를테면 그런 가르침 말입니다.

마음을 활짝 열어 틀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불교라는 틀, 혹은 천주교라는 틀, 그 틀 속을 깨고 나올 수 있어야 어디에도 걸림 없고, 울타리 쳐져 있지 않은 참된 가르침을 공부할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난 불교신자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고, 천주교 신자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고, 내 안에서 그 두 가지 종교가 둘이 아니라면 어떤 이름을 붙여도 좋고 행여 이름 붙이지 않아도 좋은 것이지요. 난 불교신자니까 불교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거나, 불교의 교세가 확장되어 불교 신자가 늘어나면 기쁘다 이렇게 사는 것은 참된 진리로 사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름 붙이지 않고 수식하지 않고 한정하지 않고 틀에 집어넣지 않고 그냥 그냥 물 흐르듯 계절이 변화하듯 대자연이 운행하는 것처럼 조화롭게 사는 것이 참 좋겠습니다. 애써 표현하자면 그냥 자유인으로 사는 것, 구도자로 사는 것, 가둬놓고 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걸림 없이 사세요. 겉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더라도 마음에는 울타리를 걷어 내고 사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결국 껍데기로 쳐져 있는 울타리도 그렇게 나를 얽어매지 못할 것입니다.

'불교'는 불교라고 가둬놓으면 안 되는 가르침입니다. 이만큼은 불교이고 다른 것은 불교가 아니다 라고 나눠 놓고 불교만을 선택하라 한다면 그것은 불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불교는 이름을 뛰어넘습니다. 불교라는 이름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을 놓아버릴 수 있어야 진짜 불교입니다. 천주교니 불교니 그것이 다 말이고 문자입니다. 그 겉껍데기에 얽매이지 말고 그 안에 있는 참 진리에 눈을 떠야 합니다. 불교만이 진리가 아니고 진리는 다 진리인 것입니다.

자유롭게 사세요. 불교에도 걸리지 말고 종교에도 걸리지 말고 참되게 살고 아름답게 살고 청정하게 살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으면 그 사람이 수행자 아니겠습니까. 신부님도 수행자일 수 있고 아닐 수가 있고, 스님도 수행자일 수 있고 아닐 수가 있으며 신도님들도 수행자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겠어요? 사람들을 수행자다 아니다 나누려는 말이 아니라 그 겉모양과 울타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삶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종교에도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사시기 바랍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진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눈을 떠야겠지요. 진리에 대한 자기 확신과 자기중심이 서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불자들은 '불교'라는 틀에서 만들어 준 경전의 가르침들을 이렇게 공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불경 읽으면서 성경 읽어도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불경과 성경이 다른 것이 아니라 불경을 해석하는 사람과 성경을 해석하는 사람이 다른 것이고, 그 해석들이 다를 뿐입니다. 가르침은 같지 않겠어요? 그러니 내 안에서 올바로 받아들이고 올바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불경도 보고 법회 참석도 하고 인연 따라 성경도 보고 미사에도 참석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 껍데기를 무엇을 고를까 따지지 말고, 그냥 무엇이 참인가만 따지세요. 의식이나 형식을 중요시 하지 말고 그 근본을 중요시하면 됩니다.

모든 가르침은 다 내 안에서 나왔다는 것 그것을 잘 알고 자등명(自燈明)할 줄 아시기 바랍니다. 내 안에서 물을 줄 알아야 하고 내 안에서 주는 답변을 잘 관하고 들을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법상스님 『 기도하면 누가 들어 주나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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