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풀리지 않으면 머리에 열이 오르고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202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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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30분 정도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얼마 전부터 작은 일이라도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지게 됩니다. 일이 풀어지지 않으면 머리에 열이 오르고 가슴이 벌렁대면서 생각이 사방으로 뻗치기 시작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세상사 그런 거라면서 독기를 내기도 하고, 어차피 무상한 세상 똥 밟은 기분이다’라는 식으로 넘길 수 있었는데 요즘은 도무지 되지 않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일에 부닥칠 때마다 이렇게 매번 매캐한 매연을 마신 듯한 기분이니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수행이란 것은 오직 현재의 일입니다. 법당에서 기도할 때나, 가부좌 틀고 앉아 참선하는 때만 수행을 한다고 하다가, 법당을 나서는 순간 일상으로 돌아와 버린다면 그건 참된 수행이라고 하기 어렵겠지요. 매 순간을 온전하게 깨어있고 그 순간 순간을 살아가는 힘이 수행입니다. 순간순간에 깨어있는 것이 수행이라면, 그 말은 매 순간 순간만 있게 할 뿐 과거나 미래는 다 놓아버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 뿐이지 과거의 찌꺼기를 부둥켜안고 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좀 호젓하고 단순하게 또 자유롭게 살아야 합니다. 경계를 만났다면 만나는 순간 그 경계에 휘둘리는 내 마음과 그 경계에 맞닥뜨리는 나의 행동과 말들을 잘 지켜보세요. 경계를 딱 만나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수행할 순간이 왔구나’ 하고 기뻐하며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법당에 가서 참선하거나, 가부좌 틀고 앉아 명상하는 순간만이 수행의 순간이 아니고, 일상 속에서 경계를 딱 맞닥뜨렸을 때가 바로 생생한 수행의 순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경계를 비춰보면 그 경계는 없습니다. 경계에 휘둘리는 내 마음을 잘 관찰해 보면 더 이상 휘둘리는 마음도, 머리에 열이 오르는 현상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것도, 생각이 많아지는 것들도 다 사라집니다. ‘예전 같았으면 세상사 그런 거라면서 독기를 내기도 하고, 어차피 무상한 세상 똥 밟은 기분이다’라는 식으로 넘길 수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식으로 경계를 없애려고 하면 그것은 닦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마음 가운데 키우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 독기나 괴로움을 그냥 꽉꽉 눌러 가라앉히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게 눌러 놓으면 자꾸 쌓이게 되고, 그렇게 자꾸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입니다. 가슴이 벌렁거리게도 되고, 머리에 열이 나게도 되고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겠지요.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머리에 열이 오르고 가슴이 벌렁대면서 생각이 사방으로 뻗치기 시작’하는 이런 순간을 우리는 ‘나쁜 것’이라고 해석하고 판단하곤 합니다. 그럼으로써 그 순간은 싫은 것이고 나쁜 것이니 빨리 내 삶에서 없어져 주기를 바랍니다. 왜 우리는 그런 느낌과 생각이 일어날 때 그것과 충분히 함께 있어 보지도 않고 먼저 분별을 일으켜 좋다 나쁘다 판단부터 하는 것일까요? 그 순간 먼저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을 미루고 열이 나고 가슴이 벌렁거리는 그 느낌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중요한 치유와 정화는 그것을 판단함으로써 그 상황을 나쁜 것으로 낙인 찍고, 그래서 그것과 싸워 이기기 위해 약을 먹거나,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없애버리려 애쓰는 그런 방법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그 느낌 자체를 있는 그대로 충분히 느껴보고 함께하며 분별없이 지켜볼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경계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먼저 바꾸어야 합니다. 마음에 걸림이 생길 때, 그냥 얼버무려 덮어두려고 하지 말고, 그냥 지나치려고 애쓰지도 말고, 화를 내지 마세요. 아무런 의도를 짓지 말고, 좋고 싫다는 판단도 하지 말고 아무런 시비분별 없이 그냥 지켜보기만 하십시오. 붉으락푸르락 하는 그런 기운이 올라올 때,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날 때 그러한 현상을 그저 있는 그대로 가만히 지켜보기 바랍니다. 지켜보면 사라집니다.


법상스님 『 기도하면 누가 들어 주나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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