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도량 생명의 탄생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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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이와 해탈이 새끼]



요즘들어 해탈이가
영 기운도 없어 보이고
폴짝폴짝 뛰며 애교를 부리는 일도 좀 잦아진다 싶더니
오늘은 불러도 오지도 않고
혼자서 저쪽 구석에 앉아 있는 것이 괜히 마음이 아파온다.

신도님들께서는
너무 늙어서 그런다고
이제 떠날 때가 되서 그러는거 아니냐고 그러시는데
그 소리가 왜 그리 서운하게 들리던지.

한 달 전 쯤인가
이 녀석이 한참을 흥분해 있으면서
어디에 나갔다 오면 내 차만 먼 발치에서 보고도
좋아서 뛰쳐나오고
방안에 앉아 있으면 좀 봐 달라고 그런건지
문지방을 벅벅 긁으며 애절하게 끙끙대고 그랬다.

몸 좀 쓰다듬어 줄라치면
이녀석이 땅바닥에 등을 대고 홀랑 드러누워
요리조리 몇 바퀴 돌기도 하고
내 몸에 펄쩍 뛰어올라 꼬리를 흔들고,
저녁 때는 갑자기 다실 방에까지 뛰어들어와
내 무릎 위로 슬그머니 올라와 몸을 깊이 파고드는데,
평소 안 하던 짓까지 하는 걸 보면서
이녀석이 왜 이러나 싶었지.

하루 종일 온 산 전체를 뛰어다니며
아침에 목욕을 해 줘도
몇 분이 안 되서 온몸에 잔뜩 흙을 묻히고 들어오는데
그런 몸을 해가지고
내 몸에 쏙 들어와 끌어안 듯 몸을 파고드는데
이걸 참 미워하지도 못 하겠고,
그 녀석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웠는지.

그런데 그게 다 때가 되어서 그랬나보다.
이 녀석이 한참을 흥분했다.

녀석 참 안 되었다 싶은 것이
이 산 꼭대기 절에 마을도 없는 이 곳에
네 신랑감 될 녀석이 있기나 하겠냐고
그냥 속으로 삭히고 참고 또 참으라고 얘기를 해 줬었는데
근데 이게 웬 일인가
건실한 젊은 청년견 한 마리가 해탈이를 찾아 온 것.

인근 가까운 마을도 없고
마을까지 가려면 얕은 산이지만 하나를 넘어야 하고
게다가 철책선까지 물샐틈없이 쳐져 있어
들어오기도 어려웠을 터인데
참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고 위대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뿐.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도 아니고
이 녀석도 하루 그것도 한나절 정도 잠깐 둘이서 함께하더니만
그래도 한 몇 일 더 오겠지 하고 기다려도
오지 않고 하룻밤 애절한 신부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설마 설마 했지.
그래가지고
그런 짧은 풋사랑을 가지고
무슨 만리장성을 쌓겠나.

게다가 신도님들께서 그러시는데
해탈이는 너무 늙어서 할머니가 다 되어 임신은 불가능이라고
그러셨기에 해탈이 새끼를 보는건 거의 포기상태였다.

그런데 몇 일 전부터
요사채 아래쪽 나무 밑둥을 힘차게 파더니만
이 추운 날씨 얼어붙은 땅을
그 연약한 해탈이가 제 몸 뉘일만큼 파 놓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드디어...
오늘...
그 파 놓은 땅 아래
제 살붙이를 몸에서 떼어내 놓고는
온몸으로 추위를 감싸주고 포근히 안고 있다.

한 마리.
혼자 이 큰 도량 지키며 살다가
제 새끼 낳아 함께 사니
이제 얼마나 행복하고 기쁠까...

먼저번 연애하던 강아지가
검은 색이더니만
해탈이 흰색하고 섞였는지
알록달록 너무 얘쁘다.

우리 해탈이
얼마나 예쁘고 대견한지...
저 혼자서
아기를 낳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을 터인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얼마나 서운했을까.
그런데도 제 몫의 일을
제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을 보니 대견하다.

그러고 보면
오늘 새끼 낳을 때 까지
아무도 몰랐었으니
해탈이 볼 면목이 없다.

하기야
세상 모든 존재는
저마다 혼자서 자기의 아기를 낳아야 한다고 한다.
누구의 거추장스런 도움이 없어도
본래 누구라도 제 스스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만이
저 혼자 아기를 낳지 않고
이런 저런 과학 기술에 의존하고
또 의사들에게 의존하고
온갖 의약과 주사위 따위에 의존하면서 아기를 낳는다.

그 뿐인가
사람들의 자식만이
낳고 나서도
곧바로 부모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거나
간호사 의사들에게 맡겨지고 만다.

무엇이든
처음의 순간이 중요하다.

초발심이 정각을 이루듯,
일의 시작이 일의 흐름을 좌우하듯,
새벽예불이 하루를 온전하게 만들어 주듯,
사람의 생명도
첫 시작이 중요한 법.

그런데 사람의 자식들은
처음 시작을 어머님 품이 아닌
병원과 침대 속에서
과학과 의학 속에 맡겨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 크게 되짚어 보아야 할 문제다.

어쨌거나...
모든 일을
묵묵하게 아무런 말도 없이,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이도,
남편 없이도,
저렇게 생명을 호올로 탄생시킬 수 있는
해탈이가 오늘따라
참 많이 대견하고
참 많이 고맙고
말 할 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

그 일이 있고 나니
괜스레 우리절이 무슨 잔치집이 된 것 같고,
식구하나 늘었다는 사실에
아침부터 괜히 들뜨고 그런다.

강아지를 품고 있는 해탈이 두 눈이
얼마나 순수하고 예뻤는지.
건강하게 잘 커 줬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요 근래에 밝은도량 주변으로는
온통 생명의 탄생으로 눈부시다.

처음 이 도량에 왔을 때
가장 처음 눈에 들어왔던 것이
꿩 가족들...
아빠 엄마 꿩하고
새끼들 세 마리 하고
다섯 마리가 예쁘게 줄지어 걷는 모습을 보면서
이 도량 첫 느낌이 얼마나 좋았는지...

어린 아이들이 해맑고 예쁜 것처럼
모든 존재도 마찬가지로
어린 모습은 누구나 할것없이 해맑고 순수하다.

모르긴해도
어머니 대지로부터 첫 잉태를 하다보니
가장 존재 근원과 가깝고
대자연의 근원자리와 가까우며
모든 존재의 본래 생명과 가장 가까운 때라 그럴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달에는 도량 주변에서 오고 가며
한발짝 떨어져 살기는 해도
함께 먹을 것도 나누어 먹고
우리 해탈이 하고 쫓고 쫓기는 운동도 종종하던
검은 고양이도 예쁜 새끼를 낳았었다.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은 한 세 마리 되는 것 같았는데
처음에는 엄마 고양이하고 딱 붙어 다니느라
자세히 볼 수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먹을거리를 찾느라 그러는지
아니면 추위를 피해 들어온건지
요사채 안까지 들어와 ‘야옹’ 거리곤 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한번은 주방 밥통 옆에 앉아 온기를 쬐고 있었고,
또 한번은 세면장 세면대 위에 올라앉아 끙끙거리고,
그리고 또 한번은
창고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나오더니
우리 해탈이하고 그 새끼 고양이하고 한바탕 전쟁을 벌였다.

멍청한 해탈이. 아니 순한 해탈이가
글쎄 그 작은 새끼 고양이 한테 꼼짝을 못하고
한발자국 뒤에서 멍멍 짓고만 있었다.

이상하지.
엄마 고양이 앞에서는
그래도 꾀나 힘쓰는 척 하고 싸우듯 하더니만
새끼 앞에서는 꼼짝을 않는걸 보면
참 착한 해탈이다.

새끼고양이들이 배가 많이 고팠는지
볼 때마다 먹을 것들을 주었더니
얼마나 허겁지겁 먹어대던지...

내 마음 같아서는
우리 해탈이하고 또 우리하고 같이 절에 살았으면 좋겠건만
자꾸 도망가고 몰래 들어오기만 하니
말이라도 통하면 어디 가지 말라고 타이르겠구만
저러다 안 보이면 어쩌나 싶었다.

그러더니만 역시나
요 몇 일
새끼 고양이가 안 보여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어디 다친데는 없는지,
너무 추워서 걱정스럽기도 하고,
먹을 것은 잘 먹고 있는지도 그렇고
그러던 차에
우리 해탈이가 새끼를 낳았으니
그나마 허한 마음 달랠 아기가 생겨 푸근하다.

해탈이는 한동안 잘 안 먹더니
아기를 낳고 나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우는걸 보니
역시 아기를 낳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도량
새로운 생명들이
이 밝은 부처님 도량에서
해맑고 아름다운 마음 가지고
부처님 좋은 인연 잘 지어갔으면 하고 기도해 본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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