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과 공양을 나누며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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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작년 가을 청량사에서]
[아래 : 밝은도량 눈 속에서 딱다구리를 보다]



새소리가
요즘 들어서는 더욱 거세다.

까치, 참새, 박새, 꿩,
이따금 딱따구리,
그리고 이름모를 새들...

오늘은 아침부터
꿩들 여러마리가 숲 속을 헤집고 다니는 소리가
산짐승 소리처럼 거칠고 요란하다.

숲 길을 걷고 있는데
낙엽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 사람인가 했는데 사람은 아니고
얼마 전에 멧돼지가 나타나서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울타리 밖으로 몰이를 하였다고 들었는데
순간 멧돼지가 또 출몰한 것은 아닌가 싶어
긴장하면서 가만히 살펴보자니
이런 꿩들이 사사삭 바스락거리며 뛰어가는 게 아닌가.

새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았더니
새들은 주로 2월에 먹이가 없어 많이 죽는다고 했다.

겨우내 숲을 온통 다니면서
먹거리를 찾아 먹고 먹다가
2월 즈음, 겨울의 막바지가 되고 나면
숲에서도 먹거리가 거의 떨어진다고 한다.

요 몇 일 동안의
새들의 움직임이 유난하다 했더니
혹시 그래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래서 어제는 아침에
잡곡 조금 하고, 빵 부스러기 등을 조금 넣어
법당 뒷쪽에 놓아 두었더니
한나절이 지나 오후가 되니 벌써 빵은 다 먹고
잡곡 부스러기들은 조금 남아 있었다.

어제 밤에 다시 빵 조각을 놓아두고
오늘 아침에 보았는데
밤중이라 아직 먹지 않았는지 그대로였더니
오후에는 역시나 감쪽같이 빵을 다 뜯어 먹었다.

그동안은
새소리가 좋다고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서
그 관조와 교감에 젖어 지냈는데,
그게 어쩌면 저 새들에게는 울부짖음이었는지도 몰랐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먹거리가 부족할 때는 말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새싹도 파릇파릇 돋아날 것이고,
먹을 거리가 많이 생겨날 테니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말해 주고 싶다.

그동안은 어떻게 함께 노력해서
버티어 보자고 소근거리고도 싶다.

그런 생각이 난 김에
혼잣말처럼 새들을 바라보면서
그런 내 마음을 재잘거리며 말해 주었다.

새들도 알아 들었으리라고 믿는다.
새들도 나무도 풀잎들도
모두 다 생명이 있고
내 본래의 향기와 똑같은 성품을 지니고 있으니까.

오늘 새벽은 예불을 마치고
뒷 산을 오르려고 문을 나서는데
여느 때 보다도 더 많은 새들이
도량 주위에서
이른 새벽부터 째짹, 찍찍, 쏴쏴쏵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새 먹이를 주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먹여살리는 절 식구는
그저 강아지 네 마리 뿐이었는데
이렇게 새 먹이로 인연을 맺고 났더니
식구가 몇 배로 늘어난 기분이다.

저렇게 찍찍거리는 새소리도
이른 아침의 인사처럼 들려온다.

자꾸만 먹이통에 마음이 가고
몇 번이고 들여다 보게 되네.
그러면서 저 새들에게도 더 관심이 가게 되고
한 가족 같은 풍요가 느껴진다.

요즘 서울에
까치가 많아졌다고 야단들이던데
시골에 먹거리가 없어지고,
농약과 비료, 제초제로 생명이란 생명은 다 죽여 놓다 보니까
생태계가 파괴가 되고
그래서 새들이 먹을 거리를 찾아
서울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까치와 비둘기는
그야말로 잡식성이라
육식이든 채식이든 뭐든지 주면 잘 먹는 습성이 있다.

아파트 베란다나
집의 옥상 같은 곳에도
새가 먹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놓아두면
한 이삼일 안이면 모여들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새들에게는 지금이 보릿고개라니
함께 살아가는 길벗으로써
한 생명으로써
먹거리를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은 보시요 미덕이 아닐까 싶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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