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4
조회수 464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많이 포근해 졌다.

그리고 벌써 이렇게 들녘엔 새봄을 맞이하는 꽃들이며 봄나물이 한창이다.

이렇게 세월은 하루가 다르게 흘러가는데 내 속 뜰의 공부는 얼마만큼 그 흐름에 부응하며 보내왔는지…

하루 이틀, 한 시간, 일분, 일초 이렇게 흐르는 시간을 너무 쉽게 소모해 버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날이 갈수록 단순한 아쉬움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뻐근한 가슴앓이로 다가온다.

이 소중한 기회 이 소중한 순간을 놓쳐버리면 다음 순간이란 그다지 소중하지 못하다. 이 순간,

내게 주어진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이 생에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되어야 한다.

백일 천일 공부할 것도 없고, 전생 공부 인연 논할 것도 없으며,

다음 생에도 이 공부인연 이어지기를 구할 것도 없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내가 그렇게 찾던 '바로 그 순간'임을 알아야 할 것.

우리는 끊임없이 바라고 또 바란다.

돈을 벌기 바라고, 지위가 오르길 바라고, 성공하기 바라며 계속해서 무엇인가 이루길 바란다.

그러나 바라는 순간 그 마음은 '지금 여기'에 없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을 최선으로 살아가는 길이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그 모든 일이 이루어진 순간이 되어야 한다.

자꾸 어디로 가려고 애를 쓰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우린 이미 도착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밥 먹는 그 사소한 일상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깨달음의 순간이 되는 것이다.

밥 빨리 먹고 나서 일 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오직 밥 먹는 그것이 그대로 목적인 것이다.

밥 먹는 순간 온전히 밥만 먹는 것이다.

밥 먹으며 다른 생각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를 떠올리며 그렇게 번잡하지 않고, 오직 밥만 먹어야 한다.

밥을 먹는 순간, 일을 하는 순간, 걷는 순간, 대화하는 순간, 매 순간 순간 몸과 마음이 온전히 거기에 있어야 한다.

매 순간 도착해 있어야 한다.

어느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달려 갈 필요는 없다. 이미 도착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착하려고 애쓸 것도 없고, 깨달으려고 애쓸 것도 없고,

이 괴로운 세상 잘 살아 보려고 애쓸 것도 없이 매 순간 순간 도착해 마친 것임을 알면 된다.

그랬을 때 더없이 평화롭고 향기로울 수 있다. 낱낱의 모든 움직임이 그대로 좌선이고 깨어있음이 된다.

모든 순간 순간 더 이상 도달할 곳이라고는 없이 그 순간이 가장 온전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우리들이 그렇게 찾아 나서던 궁극의 순간인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 마음을 돌아보자. 늘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려 하고, 무엇인가 목적 달성을 위해 애쓰고,

끝이 보이지 않는 욕망과 집착의 사슬에 빠져 한 시도 만족하지 못하며, 한 시도 도착의 평화로움을 맛보지 못하는 이 마음을…

시간이란 것이 다 우리가 만들어 낸 조잡한 관념에 불과하지만,

너무나도 빨리 스쳐 지나가는 이 시간 속에 내가 온전히 살고 있는 순간은 얼마나 되는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할 것이다.

순간을 살면 시간은 없다. 과거가 없고 미래가 없는데 시간이 어디에 붙을 수 있겠는가.

이 새로운 순간. 이 소중한 시간 시간을 결코 소홀히 흘려보내지 말자.


법상 스님

<법보신문, 2003-04-02/700호>

20 6

목탁소리 본찰 상주 대원정사


경북 상주시 화동면 판곡2길 31 대원정사

(우) 37144 (지번) 판곡리 87-1 

전화번호 054-536-7811 | 스마트 전화 0507-1421-7839


목탁소리 부산센터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1로 25-1 더에이치빌딩 8층 목탁소리

(우)48095 (지번) 중동 1378-11

스마트 전화 0507-1481-7843


접수문의 전용 총무처폰 010-9700-7811 (문자전용)


Copyright ⓒ 2021 목탁소리 All rights reserved.

이용약관  |  개인정보방침찾아오시는 길 후원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