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하게 그러나 익숙하게

2023-01-04
조회수 799


도솔사는
작고 아담한 도량입니다.

도량도 그리 크지 않고
신도님들도 그리 많지 않은
그야말로 가족같은 도량입니다.

첫 날 기도를 하는데,
여섯 분,
둘째 날은 두 분,
그리고 셋째날 동지기도 회향 때는
무려 열 세 분이나 참석을 해 주셨더랬습니다.

이 곳에서
재일 기도 때
열 분이 넘게 참석하신다는 건
그야말로 잔치 같은 일 쯤이 되어 보입니다.

동짓날이다보니
모처럼 법당이 붐빈 것이지요.

다른 일반 절에서야,
평일 사시불공 때도 신도님들이 넘쳐나겠지만
도솔사의 풍경은 이처럼 가족적입니다.

어제는 마침
동네 어르신 노보살님 거사님께서 몇 분 오셔서
동지 기도에 동참하셨더랬습니다.

이 절 처음 생길 때부터
인연이 되었다는 보살님,
5년, 10년 그 이상 이 작은 도량과 인연을 맺으며
법회에 참석하셨다는 보살님,
한 지긋하신 거사님은 젊었을 적 참전용사로 중대장까지
지내셨기에 더욱 군과 군법당에 애정이 많으신 분이었습니다.

노보살님들 사진을 한 장씩 찍어드렸더니
어린 아이처럼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꼭 사진 뽑아 달라고 신신 당부를
아끼지 않으시데요.

그러고 보면 어르신들과 아이들은
닮은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된 사람들은
사진 찍으려고 하면,
얼굴 치장해야지,
잘 나와야지,
찍으면 안 된다, 화장 좀 하고 찍자
이래 저래 재고 재면서 사진 한 장을 찍어 내는데,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은
그저 자연스럽고 즐겁게 사진 놀이를 즐깁니다.

어르신 보살님, 거사님들
웃는 모습이 일품이지 않나요?
그 마음 씀씀이를 보면
얼마나 천진하시고 자상하신 지 모릅니다.
여준이와 민교 아이들 둘도 함께 왔는데,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천진함은 참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법당이 다른 절과 다른점은 군법당이다보니
군종병들이 주말에는 10명 남짓 모여
함께 법회 준비도 하고,
불교 공부도 하고,
절의 대소사를 함께 논의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이 곳 군종병 법우들은
한 번 보았지만 모두들 착하고 친절하고
듬직하고 유쾌한 친구들입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 법회가 있을 때
눈이 펑펑 왔었는데요,
우리 지역 산간 쪽에는 한 시간에
무려 30cm나 되는 눈이 쌓이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눈을 쓸면서
우리 군종 법우들과 얼마나 재미있게 사진도 찍고
눈밭에 구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맑고 소담하며 정직한
우리 젊은 불자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더구나 이 곳에서는
대부분 처음 불교라는 가르침을 접하는 곳이고,
또 강원도 시골 땅이다 보니
그 어느 곳 보다도 더욱 서로간에 정도 두텁고,
사랑을 나누기에도,
또 부처님 지혜를 나누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 아닌가 합니다.

...

오전에 두 곳의 법당에서 법회를 보고
또 오후에 두 곳의 법당에 들렀다가
이제 다시 새벽에 쓰던 글을 이어갑니다.

오후에 갔던 작고 소담한 법당은
그야말로 오지 중의 오지라
사람들의 손길이, 개발의 논리가 근접하지 못한 곳이기도 하고,
이 곳 도솔사 보다도 더 깊은 골짜기의 절이라
운치 또한 더없이 깊고
그곳에서 만난 법우들 또한 더없이 애정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요 몇 일 느끼는 것이
내가 군에 이제 막 입대한 군승, 스님들 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행복합니다.

8년 쯤 전인가요, 처음 군승으로 입대했을 때
그 때의 신선함과,
더불어 처음 출가 할 때의
그 때의 맑음과,
모르긴 해도 처음 이 생에 눈을 뜰 때의
그 두렵고도 놀라웠던 경외가,
또 처음 지리산을 찾았을 때의
그 경이로움들이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첫 소식들의 떨림이
요즈음 내 온 존재 위로 따스하게 아침 햇살이 되어
축복하며 내려 주는 듯 합니다.

그래요.
요즘 느낌이 그렇습니다.

아주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과도 같은,
옛날의 내가 있기는 했었나,
어제의 나를 잊은 듯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전혀 생경하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고향으로 돌아간 듯한 익숙함
같은 것도 느끼곤 합니다.

오늘은 성탄 이브 행사로
바로 옆 언덕 위의 교회와
또 그 옆 산 아래 성당에서
성탄 전야의 작은 축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이런 축제가
그나마도 잔잔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싱그럽게 띄워주는 잔치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이제
작은 선물들을 준비해서
교회로 성당으로
예배보러, 미사보러 가야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성탄 되시기를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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