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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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부석사]



아침부터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불면
내 마음은 괜스레 설렌다.

도량 주변으로
빽빽한 초록의 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거리는 소리들이
내 가슴을 잔뜩 들뜨게 하고 있다.

이런 날
책상 앞에 앉아 있기가 좀 뭣해
다실 마루 활짝 열어 놓고
바람소리 새소리 온갖 숲의 새록한 소리를 듣고 있자니
내 마음 속에도 맑은 바람이 스치운다.

무더운 폭염에
한줄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좋고,
호올로 찾은 호젓한 바닷가에
조금은 비릿하면서도 시원한 바닷바람도 좋지만,
오늘같이 하루종일 불어오는
조금은 거센 바람도 좋다. 참 좋다.

이렇게 바람이 부니까
도량 주변에 있는 숲의 나무들이
이리저리로 흔들리며 서걱거리는 것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내 마음도
나무처럼 숲처럼
오늘은 한없이 맑게 흔들린다.

난 바람이 좋다.
바람이 불어올 때
가만히 바람을 느끼고 서 있으면
내가 바람이 된 양 바람 따라 함께 불곤 한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함께 불어갈 때
그 때 내 마음은 솜털처럼 가볍게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바람이 불 때는
그냥 불어오는 바람을 가만히 느끼면서
그 바람의 감촉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렇게 평화롭고 맑을 수가 없다.

바람이 불어와
내 온몸에 닿는 그 느낌이 참 좋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 느낌을 지켜보다 보면
구름 위를 거니는 듯
바람이 되어 함께 불어가는 듯
그렇게 가볍고 경쾌할 수가 없다.

어떤 스님께서
당신의 전생은 바람이 아니었나 싶다는
그런 말씀을 하셨을 때
그 한 마디 말에 딱 멈춰 서서
내 안의 감성들이 한참을 공감하며 막 피어올랐다.

바람...
더구나 숲으로부터 불어오는,
대자연의 숨결을 담고 다가와 내 뺨을 스치는
그런 맑고 시원한 바람은
그 어떤 청량수에 비할 수 없다.

이렇게 바람 부는 날,
또 오늘처럼 하늘이 구름한 점 없이 맑고 쾌청한 날,
대웅전 앞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저 건너편 너머의 산까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날,

이런 날
이렇게 호젓하고 조용한 도량에 앉아 있자면
더이상 바랄 것도 없고,
정토며 극락을 꿈꿀 생각도 다 놓여지고,
그냥 그냥 이렇게 존재함에 감사하게 된다.

오늘은 좋은 날...
바람이 부는 날...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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