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잠시 손을 씻고 멈추어 선다.
그리고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문득 무슨 새인지 새들이 떼지어 어디서 나타났는지
머리 위로 해서 계곡 쪽으로 휙 스쳐간다.

순식간에 무리를 지어 하얀 설산에서 튀어나오더니
무슨 곡예를 하듯 저 아래 임자콜라 강 아래까지 쑥 들어갔다가는
휙 하고 다시 날아올라 반대편 산까지 너머가는데 걸린 시간이 잠깐이다.
순식간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다 사라지고 없다.


무슨 일이 있는가 궁금하다는듯 산 위의 산양들도 고개를 들고 쳐다본다.

팡보체를 지나 차분한 오르막을 또 한 번 오른 뒤에
지텐이 가다가 중간 지점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던 소마레(Shomare, 4010m) 산 중턱 마을이 나타난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10시도 안 된터라 점심을 먹기는 좀 그렇고
잠시 쉬었다가 곧바로 딩보체까지 가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다.
소마레 게스트 하우스 마당에서
무슨 여행사에서 단체로 왔다는 한국인 EBC 탐방팀을 잠시 만난다.
모처럼 만나는 한국인들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지지만
단체 여행객들이라 그들만의 일정에 맞춰져 있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스친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산중,
이국에서 만나는 한국사람, 한국말이란 이렇게도 반가운 것이구나.
소마레를 지나 조금 더 오르다가
고개를 뒤로 돌려 본다.

그렇게 소마레를 지나
계속 걷다 보면 툭 트인 초원을 만난다.


이 즈음이 오르쇼(Orsho)일 게다.
너른 초원이 펼쳐지고 그 좌우로 설산 봉우리들이 우뚝 서 있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처연한 초원위로 황량한 소소리 바람이 불어온다.
아! 이 아름다움을 두고 그냥 스칠 수가 없어
마치 잔디를 깔아 놓은 듯한 초원 길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점심을 안 먹은 탓에 지텐과 함께 군것질로 간단한 요기를 한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에베레스트의 장엄한 풍광이 시작되는가!
오늘 이동구간 중에도 팡보체와 딩보체 사이의 풍경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풍경보다 단연 압도적이다.
팡보체 전까지만 해도 산에 숲이 우거지고 나무도 있고 그랬다면
팡보체를 지나면서부터 산은 황량해지고
최소한의 생명들만이 그곳을 지키며
계곡 가까운 곳으로 척박한 초원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우리가 사진에서나 만나왔던 에베레스트의
바로 그 사진 속 풍경들이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안나푸르나 순례 때 오랜 밀림과 숲을 지나고 나면
결국 마지막 날 MBC와 ABC 구간에서 이런 황량한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는데
아무래도 에베레스트는 그 고도가 워낙 높다보니
그 높은 고도의 풍경이 4,410고도 딩보체 가까이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초원을 지나면 추쿵, 눕체, 아마다블람 등의
설산이 녹아흐르는 임자콜라 강을 건너게 된다.


그리고 나서 왼편으로 로부체콜라(Lobuche Khola) 강을 따라 20여 분 걸으면
페리체(Pheriche, 4280m)를 만나고
오른편의 언덕을 하나 넘으면 비로소 딩보체(Dingboche, 4410m)를 만나는 것이다.
페리체와 딩보체, 두 마을은
임자콜라와 로부체콜라라는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 바로 위쪽으로
각각 계곡을 끼고 논밭을 이루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마을이다.
이 두 마을이 낭카르창 피크 아래로 흘러내려온 하나의 높은 언덕을 기점으로 나뉜다.


주로 페리체에 묵는 이들은
시간이 없어 바로 로부체나 칼라파타르 방향으로 갈 사람들,
혹은 딩보체를 거쳐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사람들이 주로 묵는데 반해
일반적인 여행자들은 딩보체에서 이틀을 묵으며 하루를 고산 적응의 날로 보내면서
추쿵리(Chhukhung Ri, 5559m)나 낭카르창 피크(Nangkartshang Peak, 5086m)를 오르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걸은 구간이 3710 고도인 디보체에서
곧장 4410 고지인 딩보체까지 왔으니 무려 하루에 700고도를 높인 셈이다.
그것도 보통 3,500고지 이상에서부터 고산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하니
고산병의 길목에서 급작스런 고도변화에 하루 쯤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여행 가이드북에 보면 하루에 300고도 이상을 높이면
고산증세가 올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조언하고 있음을 상기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렇게 딩보체에서 하루를 쉴 지라도
그 다음날 부터 또 다시 고도를 높여야 하는 트레킹 일정을 감안했을 때
하루 쉬면서 당일치기로 추쿵리나 낭카르창 피크를 다녀옴으로써
5,000고지 이상의 고도에서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고도적응의 연습도 되는 셈이다.
그동안은 많은 여행자들이 하루를 머물며 추쿵리 뷰포인트 지점까지 다녀오곤 했다고 하는데
추쿵 마을은 너무 볼거리가 없고 추쿵리까지 하루에 다녀오기에는
8시간 가량이 걸리는 강행군을 그것도 5,559 고지까지
무려 1,100고도 이상을 단시간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상당한 부담이 있을거라며 지텐이 낭카르창 피크를 오를 것을 권한다.
더욱이 우리는 칼라파타르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까지만 갈 것이 아니라
촐라패스를 넘어 고쿄리까지 가야하는 라운딩 일정상 그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 준다.
함께 올라오며 몇 번이고 마주쳤던 여행자들에게 내일 일정을 물어보았더니
의외로 추쿵리 보다는 낭카르창 피크가 더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으며
고도도 추쿵리보다 500여 미터가 낮아 무리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의외로 몇몇 여행자들이 낭카르창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는 지텐의 권유를 따르기로 한다.
사실 처음에는 지텐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냥 추쿵리를 가려던 원래의 계획을 고집하다가
결정적으로 낭카르창 피크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이 지역의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인 아름다운 낭카르창 곰파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바로 마음을 돌렸다.
낭카르창 피크 바로 아래의 절벽 같은 급경사의 산비탈 중턱에 서 있는 사찰인데다가
지금은 스님이 살고 있지 않은 건물이지만
매우 오래된 사찰이라 티벳 불교의 유구한 정취와 고풍스러움이 묻어나는 곳이라는 설명도
현지인을 통해 들었다.

계곡을 지나고 언덕을 올라 딩보체 마을 입구에 서니
“와~”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마을! 숨이 막히고 생각이 멎는다.



마을 입구에는 큰 스투파가 마을을 지켜주는 신장처럼 서 있고,
좌우는 거대한 설산의 봉우리로 둘러 싸여 있으며,
그 큰 산 아래 마을 오른편으로 임자콜라 계곡이 흐르고
그 곁으로 다랭이 논들과 논밭 사이로
롯지며 마을의 오랜 민가들이 처연한 풍경을 이루고 서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마을을 지척에 두고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다.
그런데 뒤 언덕에서 거짓말처럼 한 폭의 그림에 생기를 넣어주는 듯,
말을 타고 한 소년이 달려와서는 내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또 다른 빈 말과 함께 마을 어귀로 쏜살같이 내달린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저절로 내 안 깊은 곳에서
마구 마구 감탄사들이 의도한 바 없이도 툭툭 터져 나온다.
터벅터벅 스투파를 지나 마을 외곽 길로 들어선다.
스투파를 배경으로 하는 설산의 풍경이 스투파 색감과 어우러져
따로 따로가 아닌 양 그 근원에서는 하나라고 법음을 설하듯 우뚝하게 서 있다.



글쓴이:법상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잠시 손을 씻고 멈추어 선다.
그리고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문득 무슨 새인지 새들이 떼지어 어디서 나타났는지
머리 위로 해서 계곡 쪽으로 휙 스쳐간다.
순식간에 무리를 지어 하얀 설산에서 튀어나오더니
무슨 곡예를 하듯 저 아래 임자콜라 강 아래까지 쑥 들어갔다가는
휙 하고 다시 날아올라 반대편 산까지 너머가는데 걸린 시간이 잠깐이다.
순식간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다 사라지고 없다.
무슨 일이 있는가 궁금하다는듯 산 위의 산양들도 고개를 들고 쳐다본다.
팡보체를 지나 차분한 오르막을 또 한 번 오른 뒤에
지텐이 가다가 중간 지점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던 소마레(Shomare, 4010m) 산 중턱 마을이 나타난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10시도 안 된터라 점심을 먹기는 좀 그렇고
잠시 쉬었다가 곧바로 딩보체까지 가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다.
소마레 게스트 하우스 마당에서
무슨 여행사에서 단체로 왔다는 한국인 EBC 탐방팀을 잠시 만난다.
모처럼 만나는 한국인들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지지만
단체 여행객들이라 그들만의 일정에 맞춰져 있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스친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산중,
이국에서 만나는 한국사람, 한국말이란 이렇게도 반가운 것이구나.
소마레를 지나 조금 더 오르다가
고개를 뒤로 돌려 본다.
그렇게 소마레를 지나
계속 걷다 보면 툭 트인 초원을 만난다.
이 즈음이 오르쇼(Orsho)일 게다.
너른 초원이 펼쳐지고 그 좌우로 설산 봉우리들이 우뚝 서 있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처연한 초원위로 황량한 소소리 바람이 불어온다.
아! 이 아름다움을 두고 그냥 스칠 수가 없어
마치 잔디를 깔아 놓은 듯한 초원 길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점심을 안 먹은 탓에 지텐과 함께 군것질로 간단한 요기를 한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에베레스트의 장엄한 풍광이 시작되는가!
오늘 이동구간 중에도 팡보체와 딩보체 사이의 풍경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풍경보다 단연 압도적이다.
팡보체 전까지만 해도 산에 숲이 우거지고 나무도 있고 그랬다면
팡보체를 지나면서부터 산은 황량해지고
최소한의 생명들만이 그곳을 지키며
계곡 가까운 곳으로 척박한 초원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우리가 사진에서나 만나왔던 에베레스트의
바로 그 사진 속 풍경들이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안나푸르나 순례 때 오랜 밀림과 숲을 지나고 나면
결국 마지막 날 MBC와 ABC 구간에서 이런 황량한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는데
아무래도 에베레스트는 그 고도가 워낙 높다보니
그 높은 고도의 풍경이 4,410고도 딩보체 가까이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초원을 지나면 추쿵, 눕체, 아마다블람 등의
설산이 녹아흐르는 임자콜라 강을 건너게 된다.
그리고 나서 왼편으로 로부체콜라(Lobuche Khola) 강을 따라 20여 분 걸으면
페리체(Pheriche, 4280m)를 만나고
오른편의 언덕을 하나 넘으면 비로소 딩보체(Dingboche, 4410m)를 만나는 것이다.
페리체와 딩보체, 두 마을은
임자콜라와 로부체콜라라는 두 강이 합류하는 지점 바로 위쪽으로
각각 계곡을 끼고 논밭을 이루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마을이다.
이 두 마을이 낭카르창 피크 아래로 흘러내려온 하나의 높은 언덕을 기점으로 나뉜다.
주로 페리체에 묵는 이들은
시간이 없어 바로 로부체나 칼라파타르 방향으로 갈 사람들,
혹은 딩보체를 거쳐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사람들이 주로 묵는데 반해
일반적인 여행자들은 딩보체에서 이틀을 묵으며 하루를 고산 적응의 날로 보내면서
추쿵리(Chhukhung Ri, 5559m)나 낭카르창 피크(Nangkartshang Peak, 5086m)를 오르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걸은 구간이 3710 고도인 디보체에서
곧장 4410 고지인 딩보체까지 왔으니 무려 하루에 700고도를 높인 셈이다.
그것도 보통 3,500고지 이상에서부터 고산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하니
고산병의 길목에서 급작스런 고도변화에 하루 쯤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여행 가이드북에 보면 하루에 300고도 이상을 높이면
고산증세가 올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조언하고 있음을 상기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렇게 딩보체에서 하루를 쉴 지라도
그 다음날 부터 또 다시 고도를 높여야 하는 트레킹 일정을 감안했을 때
하루 쉬면서 당일치기로 추쿵리나 낭카르창 피크를 다녀옴으로써
5,000고지 이상의 고도에서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고도적응의 연습도 되는 셈이다.
그동안은 많은 여행자들이 하루를 머물며 추쿵리 뷰포인트 지점까지 다녀오곤 했다고 하는데
추쿵 마을은 너무 볼거리가 없고 추쿵리까지 하루에 다녀오기에는
8시간 가량이 걸리는 강행군을 그것도 5,559 고지까지
무려 1,100고도 이상을 단시간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상당한 부담이 있을거라며 지텐이 낭카르창 피크를 오를 것을 권한다.
더욱이 우리는 칼라파타르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까지만 갈 것이 아니라
촐라패스를 넘어 고쿄리까지 가야하는 라운딩 일정상 그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 준다.
함께 올라오며 몇 번이고 마주쳤던 여행자들에게 내일 일정을 물어보았더니
의외로 추쿵리 보다는 낭카르창 피크가 더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으며
고도도 추쿵리보다 500여 미터가 낮아 무리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의외로 몇몇 여행자들이 낭카르창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는 지텐의 권유를 따르기로 한다.
사실 처음에는 지텐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냥 추쿵리를 가려던 원래의 계획을 고집하다가
결정적으로 낭카르창 피크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이 지역의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인 아름다운 낭카르창 곰파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바로 마음을 돌렸다.
낭카르창 피크 바로 아래의 절벽 같은 급경사의 산비탈 중턱에 서 있는 사찰인데다가
지금은 스님이 살고 있지 않은 건물이지만
매우 오래된 사찰이라 티벳 불교의 유구한 정취와 고풍스러움이 묻어나는 곳이라는 설명도
현지인을 통해 들었다.
계곡을 지나고 언덕을 올라 딩보체 마을 입구에 서니
“와~”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마을! 숨이 막히고 생각이 멎는다.
마을 입구에는 큰 스투파가 마을을 지켜주는 신장처럼 서 있고,
좌우는 거대한 설산의 봉우리로 둘러 싸여 있으며,
그 큰 산 아래 마을 오른편으로 임자콜라 계곡이 흐르고
그 곁으로 다랭이 논들과 논밭 사이로
롯지며 마을의 오랜 민가들이 처연한 풍경을 이루고 서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마을을 지척에 두고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다.
그런데 뒤 언덕에서 거짓말처럼 한 폭의 그림에 생기를 넣어주는 듯,
말을 타고 한 소년이 달려와서는 내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또 다른 빈 말과 함께 마을 어귀로 쏜살같이 내달린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저절로 내 안 깊은 곳에서
마구 마구 감탄사들이 의도한 바 없이도 툭툭 터져 나온다.
터벅터벅 스투파를 지나 마을 외곽 길로 들어선다.
스투파를 배경으로 하는 설산의 풍경이 스투파 색감과 어우러져
따로 따로가 아닌 양 그 근원에서는 하나라고 법음을 설하듯 우뚝하게 서 있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