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량으로 거처를 옮기고...

2022-09-23
조회수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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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좋은 절, 월출산 도갑사...]



새로운 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이사짐도 나르고 정리도 하고
엊그제야 인터넷을 연결하여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적어 봅니다.

새롭게 옮긴 도량은
경기도 구리와 서울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용마산, 얕은 산 중턱
서울이라고는 믿기 어렵게 재법 산사의 느낌을 자아내는 곳
용마사(龍馬寺)

한동안 누가 머물지 않았던 터라
산 주변의 야생풀, 꽃, 나무들이
자유롭게 자라나
한편으로는 야생스럽고 정돈이 안 된 듯 하나
또 한 편으로는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

군부대 안이다 보니
사람의 흔적도 없고,
사람들의 마구잡이 벌목이나 개발에서도
다행스럽게 안전할 수 있었던 고스란한 자연의 흔적이
여기 저기에서 묻어나 있습니다.

그간 자유롭게 클 수 있었던
야생의 산 벗들도
이젠 나와 더불어 함게 살아가야 하다보니
그들도 또 나도
어느 정도씩 양보를 하면서
함께 공존(共存)의 미덕을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칡넝쿨이 작은 소나무 전체를 뒤덮어
소나무가 숨을 못 쉬고 있고,
산죽(山竹)도 법당 주련을 다 가릴 정도로 쑥 올라왔고,
탑 주위도 탑돌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야생풀들이 가득합니다.

덕분에
이 곳에는 온갖 야생풀, 나무들이 가득이라
이것들과 벗하고 유심히 관찰하느라
그런 재미도 솔~솔합니다.

큰법당 주변으로 도라지꽃이 곳곳에 피어올랐고,
더덕에, 칡, 영지버섯이며
고로쇠 나무도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이름은 모르지만
괜히 마음 푹~ 가는 그런 녀석들이 많이 있습니다.

곳곳에 이렇게 또 저렇게 가꾸어야지
하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마구잡이로 잡아 꺽고 뽑아내고
‘왜 이렇게 지저분하고 정신없나!’ 하는 진심(嗔心)으로가 아닌
어머님이 머리 긴 어린 아이 머릿결을 잘라주고 쓰다듬어 주듯
될 수 있다면 자비스럽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최소한의 손길을 주려고 합니다.

내가 왔으니까,
사람이 와 사니까
너희들은 나를 위해 좀 희생 되어야겠다거나
사람 눈에 번듯하게 보이기 위함만이 아닌
나도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대자연의 한 일부분으로써의 내 자리를 지켜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한 몇 일
주변 정리도 하고,
불쑥 자란 나무 가지치기도 해주고,
여기저기 피어난 이름모를 야생풀들도 좀 뽑아주고
소나무를 가리고 있는 칡덩쿨도 좀 걷어내 주고,
올라오는 길이며
작은 텃밭도 조금씩 손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법당이며
요사채, 법사실에 켜켜히 코를 자극하는
곰팡이 냄새도 좀 빼내야 할 것 같고,
비 새는 법사실 기와도 좀 살펴봐야 할 것 같고,
요사채 곳곳에 거미줄이며 오랜 습기, 먼지들도 털어내고
오래도록 쌓여있던 온갖 짐이며 불필요한 것들도 털어내서
화사하고 뽀송뽀송하고 사람 냄새나는
훈기와 법기(法氣)가 도는 밝은 도량으로 거듭나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겉모습으로 변모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내면적인 모습이 함께 변화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도량이 맑아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맑아져야 하고,
도량이 밝아지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환히 밝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몸이라는
내 마음이라는
작은 도량이 청정할 때
이 도량 용마사도 함께 청정해지겠지요.

그래서
한동안 열심히 기도도 하고
도량에 정진의 기운이 훈훈하게 감돌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백중 기도와 함께
지장기도로 도량 내외 유주무주
영가님들 법문도 들려드리고,
신중기도로
도량 화엄성중님, 신중님들 산신님
활짝 놀라 깨어나실 수 있도록
그래서 맑은 도량 잘 수호하실 수 있도록
금강경 법문도 들려 드려야겠다 싶습니다.

하루 한 차례씩
계속 비가 내리다 보니
옷에도 이불에도 온통 곰팡이에
심지어 다실에 향을 사르는데
향에 곰팡이가 많이 피어올라 향이 꺼지데요.

그래도 비오는 산사의 훤한 운치를 느끼려면
이 정도 쯤이야 기쁜 마음으로 감수를 해야지 싶습니다.

법당 옆방 하나 있는 것을
법사실 겸 다실로 만들어 꾸며 놓았는데
업무도 보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좌선도 하고...
그러다가 문 활짝 열어 놓고
차를 한 잔 마시기 얼마나 좋은 곳인 지 모릅니다.

요 몇 일 비소리에 함께 연주를 하는
숲소리, 매미소리, 산새소리, 바람소리...
차 물 끓이는 소리...
그 속에서 차 한 잔 속으로 넘어가는 소리 없는 소리...

이 도량이 썩 마음에 드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자연과 마주 앉아
마실 수 있는 차 한 잔의 운치...
바로 이 것 때문이라면 감이 오시려나 모르겠습니다.

오늘 밤에도 또 한차례
큰 비가 온다고 그러는데
법우님들도 몸 관리, 마음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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