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행, 걷는다는 건...

202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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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예불,
아침 공양을 하고 난 뒤에
도량 주변을 천천히 걷습니다.

하루 종일
법당에만 앉아 있는다면
하루의 생활이 너무 밋밋하고 갑갑할 것입니다.

물론 일이 있을 때마다
차를 타고 나갔다 들어오곤 하지만
그 또한 그리 생기로운 일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걸음으로써
삶의 생기를 되찾고 이 소박한 자연을 느껴보는 것이지요.
산책을 하고 이따금씩 뛰기도 하고,
이 두 발로 우직스런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오늘은 길을 걷다 보니
이 좁은 동네에서도
아직 내가 걸어보지 못한 곳이 있음을 깨닫고
그리로 발길을 옮겨 봅니다.

처음 걷는 길은
언제나 새로움과 설레임이 있게 마련이지만,
언제나 이 좁은 마을을 한 눈에 훤히 보았던 터라
그리 큰 기대를 품지 않고 걸을 수 밖에...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동안 내 눈에 익지 않았던
조금은 낯선 풍경, 새로운 마을이 나타납니다.
우리 마을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소박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1000년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떡 하니 중심을 잡고 세월을 버티며 서 있고,

또 그 옆으로는
나이 400년 먹은 소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한 껏 푸드덕이며 당당히 서 있습니다.

그 사잇길 옆으로
그다지 가꾸지 않은 야생의 연못이 있습니다.
지난 9월 연꽃을 보러 가겠다고
유난스레 연꽃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었을 줄이야...

내년에는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이 곳에서 밝은 도량 연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용히 안팎을 주시하며 걷다보면
똑같은 길에서도
새삼스런 즐거움을 나날이 발견하게 됩니다.
걷는다는 것은 이렇게 새로운 일입니다.

또한 걷는다는 것은
참 평화롭고 즐거운 일입니다.
왁자지껄 함께 걸을 수도 있겠지만
홀로 걷는 시간을 가진다는 건
나 자신과 함께 할 수 있고
지금 이 순간과 함께 할 수 있는 참 좋은 기회가 됩니다.

요즈음 사람들이야
자동차며 지하철이며 사람들의 발을 대신해 줄
수많은 탈 것들이 있다보니
우리 두 발로 당당히 걷는데 익숙지 못합니다.

내 두 발로 이 땅 위에 우뚝 서서
여유있게 걸어보세요.
걸음 걸음 새로움이 있고,
홀로 걷는 그 속에 명상의 꽃을 틔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느끼지 못할
수많은 야생의 꽃들과 들풀들이며 나무들이
손 하나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언제나 우리를 환하게 반겨준다는 점도
걷는 수행, 경행(經行)의 또 다른 기쁨입니다.

다만 걸을 때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그 때 우리는 참으로 홀로 걷는 것이 아닙니다.
명상의 걸음이 아닙니다.

호젓하게 머릿 속을 비워 두고
발걸음을 벗삼아
이 자연을 벗삼아 그냥 그냥 걸을 때
나의 이 걸음은 깨달음을 향한 작은 내디딤이 될 것입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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