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산타할아버지

2022-09-13
조회수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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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이 작은 동네에도
온통 크리스마스 츄리로 물결칩니다.

아직 여기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날 산타 할아버지가
무슨 선물을 해줄 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곤 합니다.

어제는 어린 여자 아이 둘이 와서는
엄마 따라 한 두 번 와서 보기만 했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108배를
이 겨울날 땀을 뻘뻘 흘리며 하고 있지 않겠어요.

가만 그 속내를 알아 보았더니
재작년 까지만 해도 산타 할아버지가 매년 선물을 주셨는데,
작년엔 그만 선물을 잊으셨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전 집에는 굴뚝이 있었는데,
작년에 아파트로 이사하고 부터는 굴뚝이 없어
산타 할아버지가 오지를 못하신다고 믿고 있어요.

어머님 아버님을 졸라
다시 옛집으로 이사를 가자고 아무리 해도 들어 줘야 말이지요.
선물은 받아야겠고,
가만히 있다가는 작년 꼴 날 테고...
고민 끝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난 거지요.
부처님께 108배를 하고 기도를 하기로 한 겁니다.

엄마 아빠가 절에 가서 절하는 것을
줄곧 보고 자랐다 보니
힘들고 어려운 일 있으면 으레 엄마 아빠처럼
절에 가서 절을 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을 했던가 봅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지...

또 한 아이는
지난 주 부처님께 삼배를 하고서는
꼬깃 꼬깃 접어두었던
거금 1,000원을 불전함에 보시를 하고
불전 앞에서 합장을 하고 기도를 했었지요.

이 어린 아이들에게
성탄은 교회에 가야 하고,
초파일엔 절에 가야 하고 하는
그런 분별 따위는 아예 없을 것입니다.
그 순수하고 맑은 마음에는
이런 저런 분별이 아직 자리하고 있지 않아요.

오늘이 동짓날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오늘은 동지 팥죽을 먹으러 올라 올 것이고,
또 낼 모레는 크리 마스 이브라
들뜬 마음으로 교회 갔다가 선물도 받고
그리고 돌아와서는 가장 아끼는 큼지막한 양말 한 켤레
머리맡에 걸어두고 고이 잠을 잘 것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날엔
어쩔 수 없이 내가 산타 할아버지가 되어야겠습니다.

어제 툭 내뱉은 말이 있거든요.
"너희들 그 예쁜 마음 부처님께서 다 들어주실꺼야.
부처님께서 산타할아버지에게 말씀해 주시겠지.
부처님께서 특별히 산타할아버지에게 말씀 드리면
굴뚝 없어도 들어가실 수 있을꺼니까
그러니까 엄마 아빠한테 이사 가자고 또 조르지 마. 알았지?"

"네...!!! "

그 우렁차고 기쁨에 넘치는 아이들 표정을 보고
참 맑구나. 참 평화롭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어린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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