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명상순례] 때늦은 봄 꽃의 향연, 자생식물원에서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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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 나오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
얼마나 반짝이고 선명하며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꽃처럼 쏟아질 것 처럼 묘사가 되던지,
그런 밤하늘이야 어디까지나 동화 속의 한 장면이라는 생각에
전면적으로 수정을 가해야 함을 느낀,
그날 밤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정말 그런 장면이 있을까. 와~ 있더라.
정말 그런 밤 하늘이 있더라.
아마도 그 밤에 나는 동화 속의 천진한 어린 아이가 되어
동화가 내려앉은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실컷 별들을 가슴에 총총이 담아 두었다.

이런 동화 속을 걷는 듯 선명하게 쨍~ 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 삶은 깊은 계곡을 이제 막 빠져나온 시냇물처럼 맑디 맑아진다.
봄이 되니 그런 순간들이 더욱 나를 설레게 한다.

지난 달 아랫지방에 내려갔을 때
벌써 그 때 남녘은 봄의 한 가운데에서
만물이 선명하게 깨어나는 따스한 봄의 선물을 선사해 주었다.

그런데 이 곳 강원도는 조금 다르다.
4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 이제야 조금씩 봄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다.
길가 산비탈에 피어난 진달래 무리가 저녁 햇살을 받아
잔치를 하는 듯 진하게 넘실거리고,
읍내에 나가보니 이제야 벚꽃들이 환히 웃으며 꽃망울을 일제히 터뜨렸다.

물론 1,000고지 이상의 산에 오르면
아직 봄 보다는 겨울느낌이 더 큰다.
지난 주에 가칠봉에 올랐을 때
대암산, 도솔산을 지나면서 지금이 4월말의 봄이 맞기는 한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산 위는 봄의 잔치가 시작되기는 아직 일렀었다.

그러다보니 1,000 고지 이상의 산 위에 살고 있는
강원도 최전방 GOP 장병들에게는 아직 봄소식이 더디기만 하다.
양구 읍내에 핀 벚꽃이며, 산비탈 진달래 소식,
그리고 숲이 수런수런 초록의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산아래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두 눈에 생글생글 순수한 빛이 돌더라.

봄이 좋다.
봄빛도 좋고, 봄 색도 좋고, 봄의 향기도,
봄의 움직임이며, 봄의 소리도 아주 아주 좋게 행복하게 들려오고 있다.

이럴 때는 역시나 내가 강원도에 와서 살게 된 것이 정말 잘한 일이지 싶다.
남녁이야 봄이 빨리 오니까 먼저 봄을 느낄 수 있어서 좋겠지만,
이렇게 남녁 봄 소식이 다 끝날 무렵,
남들은 봄의 녹녹한 여흥까지 다 끝낸 뒤에
이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봄을 쉬엄 쉬엄 조근 조근 살필 수 있으니
이 느린 봄맞이의 기쁨이 새삼 새록하다.

아~ 오늘 날씨는 또 어떻고.
아~ 아~ 아~
그저 이러고 감탄만 하는 수 밖에.

오늘 하늘빛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맑은 샘 위에 떠 있는 낙엽처럼
동동 떠 있는 하이얀 구름은 또 얼마나 신선했는지,
공기에 아무런 미진이나 먼지나 황사 같은 것들이 끼어들지 않아
그야말로 쾌적하고 청량한 숨을 마음껏 들이마쉬기 좋은 날이다.

그러다보니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부터
햇살이 산 아래 여린 초록들을 반짝이는 모습이 얼마나 가슴 떨리게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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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풋풋한 봄바람까지 적당히 산들거려 주면서
온 숲을, 온 산을, 온 마음을 깊이 적셔 주는데
어느 누가 이런 날, 이런 자연을 보고 책상 머리에만 앉아 있거나,
일에만 얽매여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너른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산들거리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산만 바라보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요사 밖으로 나갔더니만
우리 절 식구들 성준이, 민엽이, 선구가 모두 법당 앞
나무 의자에 앉아 다정하게 속닥이고 있다.

무슨 대화를 그리도 맛있게 하느냐고 다가섰더니
이런 날 절에만 있기가 너무 아쉽다는 얘기들을 막 하고 있는 중이라고,
나를 꼬셔서 뒷 산에라도 올라가자는 그런 이심전심의 대화를 나누는 중이란다.

이런 걸 이심전심이요, 염화미소라고 하는 것.
염화미소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서 연꽃을 들어 보이자
수많은 제자들 중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 지었다는 데서 나온 말인데,
쉽게 말해 이심전심으로 굳이 말을 빌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 있었다는 정도로 이해해 봐도 좋다.

이 도솔사 도솔회상에서 대자연의 청정한 법신불의 법문을 듣고 있다가
마음 속에 연꽃 하나 모두가 통하여 미소를 지은 것이
염화미소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렇지 않아도 봄소식을 매일같이 느끼면서도
매일같이 그리웠던 터다.
어느 시인이 그대와 함께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고 했던데,
그야말로 요즘은 늘상 봄과 함께 있으면서도 늘 봄이 그립다.
시간도 4시가 막 넘고 있는 터라 산에 들어가기는 좀 그렇고
마침 오며 가며 ‘양구생태식물원’이라는 이정표를
눈여겨 보던 기억이 떠올라 모두들 의기투합하여 식물원으로 향했다.

오후 4시 이후의 햇살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그 따스하고 생명력 넘치는 햇살이 대지의 뺨 위를 스쳐오는,
게다가 성스러운 바람까지 한 줄기 불어 와 내 몸과 마음을 씻어 주는
그런 오후, 그런 순간의 느낌이란 얼마나 감동적인가.

자생식물원은 대암산 아래 후곡약수터 옆의 작은 계곡 쪽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암산이나 양구라는 곳은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지이면서 덕분에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암산과 대우산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대암산의 정상 부근에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층습원인 용늪이 있고,
멸종 위기식물 및 희귀식물, 특산식물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곳에 자생식물원이 있다는 것은 나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고 1,000원의 입장료가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안내 해 주시는 분께서 고개를 갸우뚱 하시며
아직 꽃들이 피지 않아서 들어가도 볼 것이 없다고 하시며
그냥 들어갔다가 오라고 하신다.

아마도 지금 이 계절에
양구가 아닌 다른 곳의 식물원들은 본격적인 시즌을 맞아
온갖 꽃축제도 할 것이고,
가장 꽃 구경하기 좋은 때가 바로 요즈음이 아닐까 싶지만,
이 곳 양구의 자생식물원은 아직 본격적인 개장시즌을 맞으려면
5월 중순은 되어야 한다고 하신다.

50미터 쯤 위로 걸어 올라가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가 하나 나오고
그 다리를 건너 산 위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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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길은 숲과 나무로 우거진 비탈진 숲길인데,
높이 뻗어 오른 나무 숲 사이로
자생식물과 야생화들이 자유로이 피어있어
야생스러운 숲을 감상하기 좋은 길인 듯 보이고,
오른쪽 길로 50여 미터 올라가면 곧
식물들, 야생화들 별로 옹기종기 모아
예쁘장하게 꾸며 놓은 너른 정원같은 식물원이 나온다.

물론 두 길은 식물원에서 모두 만나지만
될 수 있다면 왼쪽 숲 길의 산책을 더 추천할 만 하다.
매표소에 계시던 직원분께서는 아직 핀 꽃이 별로 없어
돈을 받고 들여 보내기가 좀 뭣하다고 하셨지만
숲길 좌우로 발 아래를 살피며 걷다 보면
다양한 야생화들이 자유로이 피어있다.

많은 사람들이 식물원에 돈까지 내고 들어 와
화려한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많이 많이 활짝 피어 있어야
돈 낸 보람이 있다고 하는 성미들 때문에
매표소 직원분께서는 아직 꽃들이 없다고 하셨지만
가만히 눈길을 주며 허리를 숙여 관찰해 보고 있자면
소리없이 이제 막 꽃잎을 틔우고 있는 생명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꽃은
매표소에서 식물원을 향해 걷는 길가에 홀로 피어 난
금낭화 한 송이.
저홀로 잔디밭 한 가운데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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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는 보통 남녘의 절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가장 먼저 금낭화를 본 곳도 전남 승주의 선암사에서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금낭화는 우리나라에서 야생으로는 자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설악산이나 지리산에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얼마 전 평생을 토건사에서 시쳇말로 노가다만을 하시다가
얕은 산 아래 소박한 집을 당신이 직접 설계하시고 지으셔서
요즘은 집 주변에 농사 짓고, 꽃 심고, 나무 심으면서,
또 온갖 약초들이며 나물들을 구해다 심으시면서
아들 딸 다 시집 장가 보낸 허전한 속 뜰을 달래고 사시던 고향 아버님 화단에도
금낭화가 한 송이 고이 모셔져 있는 것을 보았다.

허한 마음을 달래겠다고, 자식처럼 키우겠다고 꽃들을 심으셨다는데,
이 특별하고 이국적인 꽃송이가 처음 꽃망울을 터뜨렸을 때
난생 처음 보는 그 신비로움에 차마 혼자 보기 아까워서
자식들 오면, 손자 오면 보여줘야겠다고 이제나 저제나 꽃잎 질까 걱정하며 기다렸다는데
꽃잎 다 떨어질 때나 되어서 나타난 자식 손자 앞에서
노가다 하며 배운 불같은 성격 이제는 터트릴 기력도 없어
그만 삐치신 마음에 방에서 내다도 보지 않았던
이렇게 말하기 송구스럽지만 어린아이처럼 천진스럽고 꽃처럼 앙증맞기까지 한
주름진 노장의 얼굴빛이 분홍빛으로 밝으스레하니 그야말로 금낭화를 닮았다.

금낭화와 꽃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 걷다가
나무 숲 아래 햇볕도 받기 힘든 곳에 선명한 자주빛으로 피어난
노루귀를 만났다.
아마도 노루귀를 처음 보는 이들은
책에서나 인터넷 싸이트를 휘휘돌다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앙증맞고 예쁜 꽃, 특히나 그 자주빛이 환상적이기까지 한
노루귀를 보며 야생화에 대한 신비로움을 더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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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노루귀는 책에서나 때때로 볼 수 있지 직접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식물원을 더러 가 보았다고 하더라도
이 두 꽃들이 너무 일찍 피어나는 터라
식물원에 꽃들이 미처 피지 않아 아직 본격적인 개장도 맞지 않은 때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인 연유가 클 것이다.

노루귀는 복수초와 함께 이른 봄 눈을 비집고 언 땅이 녹자마자 뛰쳐나오는
꽃으로 눈덮인 노오란 복수초와 눈 속에 피어난 자주빛의 노루귀 사진은
꽃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가들에게도 꼭 한 번쯤
만나고 싶고 담고 싶어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눈을 비집고 나온다고 하여 노루귀는 파설초(破雪草)라고도 부른다.

또한 노루귀는 잎이 피기 전에 이런 예쁜 꽃을 먼저 피운다.
색도 자주빛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흰 색을 띄는 복수초도 있다.
노루귀란 이름이 재미있는데, 꽃이 지고 잎이 필 때
잎의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노루귀란 이름이 붙여졌다.
어째서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자주빛의 노루귀는 아직 노루 귀를 닮은 잎을 피우지 못하고 외로이 있는데,
그 멀지 않은 곁에서 피어난 흰색 노루귀는 잎과 함께 봄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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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의 광림(光臨)을 친견(親見)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문득 찬연히 오후의 햇살을 흡수하며 빛나고 있는 여린 연초록의 잎들이
살랑거리는 바람따라 행복한 어깨춤을 덩실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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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풍경,
이런 연초록의 잎들이 겨우내 앙상하던 나뭇가지 위에
빛으로 내려와 앉은 모습들 또한 눈설미가 각별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조금 낯선 풍경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정도의 풍경이야 4월이면 늘 어김없이 우리곁에 오고 가지만
그 기간이 약 2주 정도로 워낙 짧다 보니
정신 없고, 할 일 많고, 바쁘고, 성공해야 하고, 돈 벌어야 하는
우리의 자화상으로써는 쉽게 친견하기 힘든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그 어린 날 뭐가 그리 바빴는지,
아니면 뭐가 그렇게 정신이 없었는지
이런 연초록의 잎들을 정신차리고 똑바로 바라보게 된 것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가면서였다.
우리의 어린 날이야 누구나 그렇듯,
공부 공부 공부, 그리고 또 경쟁과 등수와
과외며, 시험이며, 무슨 자격증이며, 수능과 입시 같은
굵직굵직한 벽에 부딪혀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교감할 수 있는 기회들을
철저하게 박탈시켜 온 감이 있다.

이제서라도 봄날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은 연초록의 잎들이
얼마나 생기로운지, 얼마나 마음을 따뜻하고 명징하게 해 주는지,
설사 바쁜 일, 괴로운 일들이 생겨났을 때라도
잠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순간 입가에 미소를 품게 하고
마음에 초록의 생기를 돌게 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모른다.

내 인생의 선물은 이처럼 계절이 가져다 주고 있다.
사람들이 가져다 주거나, 이 사회가 가져다 주는 것 보다는
오히려 계절이 오고 가면서 내게 이런 선물들을 마구 선사 해 주고 있다.

그리고 터벅터벅 오르며 만난 또 한 송이의 꽃 홀아비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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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꽃대는 주로 소나무 등의 수림 아래의 척박한 그늘에서
외롭게 홀로 피어나기 때문에 홀아비꽃대란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고,
혹은 꽃잎 없이 꽃술만 핀다고 해서,
또 한 개의 꽃이삭이 촛대같이 홀로 서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어째든 나무 아래 그늘에서 홀로 그것도 꽃술만
외로이 서 있는 모습을 보는 이라면 누구나 ‘홀아비꽃대’라는 이름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꽃말도 ‘외로운 사람’이란다.
아, 외로운 사람이라, 이 얼마나 아름답고 우뚝한 꽃말인가.
외롭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 보다는 나이 든 사람들이,
또 의지적인 사람들보다는 독자적인 사람들이,
저홀로 떠나는 삶이란 여행길의 의미를, 혹은 인생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외로움이야말로 우리를 근원적인 존재계로 가 닿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외로웠을 때 언뜻 느끼기에는 그 외로움이 아플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는 관조의 힘을 기르게 된다면
누구나 외로움이란 존재방식의 깊은 의미를 체득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거니까, 외롭지만 그러나 외롭지 않은 거니까.

얕은 오르막 숲길을 바람과 함께 계속 걷는다.
삼지구엽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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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삼지구엽을 흩날리며 서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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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무도 막 잎을 터트리려 막바지 힘을 쓰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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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남산제비꽃 같은데 흰색 제비꽃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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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제비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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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반 제비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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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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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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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나물 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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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도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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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허리를 깊게 숙여 보았더니
이런 풍경도 아기자기하게 줄지어 있다.
꽃도 아니고, 풀도 아니라고 우습게 보지 말라는 듯
이렇게 단아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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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앞 마당 바위틈에서 꽃을 피웠던 돌단풍도
무리지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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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이미 꽃잎을 떨구기 시작하면서
여린 초록의 잎을 피워내기 시작하고 있다.
꽃과 잎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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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의 정원과
그 뒤로 대암산 우뚝 선 봉우리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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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로는 달님이 햇님을 마주보며 떠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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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의자에 앉아 이 봄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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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여느 때 보다 설레여 옴을 느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본다.
두 눈에 들어오는 산과 숲과 꽃들과 달님을 지켜본다.
저녁햇살을 머금은 벚꽃 뒤로
달님도 반쯤 고개를 내밀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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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숲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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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더니
나무 느낌이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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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은 나무들이 나를 내려다 보면서
나를 하늘로 안내라도 하겠다는 듯 중심을 열어 하늘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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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이제 서산위에서 빛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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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이 가볍다. 



2007.04.29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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