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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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도심지 사찰에서
거사림회 청년회 지도 법사를 맡아하며
각종의 제일 법회를 맡아 하고 있을 때다.

하루는 고향에서 어머님께서 올라오셨는데
애써 절로 찾아 오신다고 하신다.
절 뒤로 한 바퀴 돌면서 절 구경을 시켜드리고
밥 잘 먹고 은사스님 말씀도 잘 듣고
열심히 살고 있노라고 말씀드렸는데도 어머님 마음에는 걱정이셨나 보다.

요사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신도님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이 분들이야 내게 상담하실 일도 있고
세상 사는 일들이 괴롭다고 하소연도 하고
또 어찌 기도해야 하는지를 문의하러 오셨던 터다.

그런데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어머님은 그분들 붙잡고 한참을 당부하신다.

우리 아들 스님
철도 없고 나이도 어리고 밥도 잘 챙겨 먹는지 모르겠고
여러 어르신들께 누를 끼치지는 않는지 걱정스럽다고 하시면서
연신 거사님 보살님들께 부탁에 부탁을 거듭하신다.

저보고도 어른들에게 깍듯하고
예의 잘 차려야 한다고 몇 번을 당부하신지 모른다.

신도님들도 머슥하여
머뭇머뭇 하시면서 내 눈치를 살피신다.

절에서 만나는
또 내가 아는 척을 하고 인사를 나누는
모든 분들께 연신 굽신굽신 허리를 굽히시고는
이 철없는 자식 당부에 바쁘시다.

절에서야 스님이 시쳇말로
신도님들께 대우 잘 받고 산다는 걸
어머님께서 모르시기야 하시겠는가.

그러면서도 어머님 마음은 이러하신가 보다.
신도님들께 거의 절을 하다시피 허리를 굽히시는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탁 막혀온다.

매일 아버님과 함께 공사장에서
거친 팔뚝 걷어부치고 삽질을 해 우리 여섯남매 대학까지 키워오시면서도
절대 누구 앞에서 기죽지 말아야 하고 굽히지 말아야 한다는
노가다꾼의 마지막 자존심도 여기에서는 다 필요없는 듯 보인다.

하기야 내가 대학 시절
많이 의지하며 깊은 인연을 맺고 지내었던
한 스님께서 해 주신 당신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지.

이 스님 어머님께서는
부산 무슨 시장 바닥에서 조악한 나물들을
내다 놓고 팔면서 하루하루
저 홀로 사시며 조촐한 삶을 연명하시면서도
꼭 몇 푼 되지 않는 돈을 꼬박 꼬박 저축해 두신다고 했다.

벌써 몇 십년 넘게 모은지 모른다고 하시지만
스님 보시기에는 그다지 큰 액수는 못되기에
이렇게 모으지 마시고
사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사드시고
입고 싶은 옷 입으시라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들은 듯 만 듯 절대 통장을 허무는 법이 없더라고 하셨다.

하도 답답하여 왜 이렇게 돈을 모으시느냐고,
물려줄 자식도 없는데 이렇게 모아 무엇하려고 그러시냐고
버럭 화를 내었더니
내 아들이 스님인데 나중에 우리스님 작은 절이라도 하나 지으려면
그 때 조금이나마 보태야 된다고 그러시더라고...

어머님 아버님들 마음은 다 이렇다.
모르긴 해도 자식이 시장, 군수가 되고 대통령이 되어도
차조심 해야 한다는 소박한 두 분의 당부는
그 때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남게 될 것 같다.

먼저번 잠시 다녀가신 아버님 뒷모습을 보고
머언 발치에서 콧등이 짠~ 하고 애잔해짐을 느꼈었다.

오늘 저녁은
문득 두 분의 지친 어깨가 두 눈가로 맺혀 흐른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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