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과 낙엽 (어른동화)

Kim Simon
2021-11-24
조회수 1072

스승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던 중에 만났던 인연들이 나누는 이야기 한토막입니다.


"하늘 참 푸르다. 바람 참 시원하다. 공기가 참 맑아. 아...이것이 세상이구나!"

방금 두터운 땅 껍질 열고 머리를 내민 초봄의 연두 빛 새싹이 말했습니다.

"네가 세상을 아니?" 

작년 가을에 떨어져 바싹 말라버린 낙엽이 부스럭거리며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누구세요?"

"작년 이맘 때 바로 너란다. 그땐 나도 너처럼 세상이 온통 나의 것이고, 느껴지는 모든 것이 다 신기했었지."

"저는 할머니처럼 그렇게 늙진 않을 거예요. 히히."

"나도 그때 내 옆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고 그렇게 말했었단다."

"......"

“세월은 참 빨라. 계절이 네 번 바뀌었을 뿐인데...내가 벌써 할머니라니......"

"......"


"기죽을 필요는 없단다. 기죽일려고 한 말도 아니고......"

"그럼 왜? 저 지금 슬퍼요. 흑흑..."

"세월은 그렇게 빠르게 흐르는 것이니, 그 세월 동안 너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아끼고 사랑하라고..."

"어떻게 아끼고 사랑해요?"


"봄에 벌이나 나비가 날아들면 아낌없이 네 꿀을 내어주렴. 늘 사랑한다고 말해주렴."

"여름엔요?"

"가문 날의 목마름조차 아끼고 사랑하거라. 소나기가 내리면 그 세찬 아픔을 리듬에 실어 간직하거라. 희망을 품으면, 이겨내고 간직하지 못할 아픔은 아무 것도 없단다." 


"벌레들이 제 잎을 갉아먹으면요?"

"네 잎을 갉아먹던 송충이들이 어느 날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란다. 아픔은 그래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 거지."


"어려워요...그럼 가을은요?"

"아...가을. 우리들의 짧은 생애 동안에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계절이지. 마음껏 네 자신을 표현하려무나. 너를 무겁게 만들던 아픔들조차도 다 털어 내고 나면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낄 거다. 날고 싶을 만큼...그때 가만히 바람에 몸을 맡기렴. 팔랑팔랑 아름다운 낙엽이 될 거야."


"겨울은 당연히 슬프겠죠?"

"그다지 슬프지 않아. 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니...나처럼 이렇게 온 자리에 드러누워 차츰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거지. 스며드는 일 중에 가장 기쁜 일이 무엇인지 아니?"

"몰라요."

"하늘을 보는 것이란다. 등으로 스며들면서 가슴으론 하늘을 보는 거란다."

"......"

"......"


새싹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고, 낙엽은 따스한 봄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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