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나무
Kim Simon
2021-10-26
조회수 1222
9
4
혜신2021-10-27 12:42
다섯해전2916년 봄 참 오랜만에 산에, 절에 갔는데 허름한 벽에 담쟁이들이 바짝 말라있는데
작은 씨앗같은 것들도 바짝 마른 줄기랑 박제처럼 꽈악 붙어있어서 그걸 왜그리 박박 긁어서 모아 움켜담았는지
한참을 그러고 놀았네요 ㅎㅎ 그걸 그때 다 긁어떼야 되 하는 사명을 받은듯이 ~ ㅎㅎ
얼마전 9월 제생일에는 제가 제게주는선물로 잠깐 산에갔었는데 비선대 가는 다리에서 담쟁이가 살짝 물들어있어서 사진찍어봤네요
작은 씨앗같은 것들도 바짝 마른 줄기랑 박제처럼 꽈악 붙어있어서 그걸 왜그리 박박 긁어서 모아 움켜담았는지
한참을 그러고 놀았네요 ㅎㅎ 그걸 그때 다 긁어떼야 되 하는 사명을 받은듯이 ~ ㅎㅎ
얼마전 9월 제생일에는 제가 제게주는선물로 잠깐 산에갔었는데 비선대 가는 다리에서 담쟁이가 살짝 물들어있어서 사진찍어봤네요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전깃줄을 땅속으로 묻어버린 날, 도로변에 있던 전봇대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 실려 갔습니다.
그 중의 한 전봇대가 실려 간 곳은 인적이 드문 이끼계곡이었습니다.
계곡 안 깊숙한 곳에 사는 할아버지 댁에 전기를 보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은 외진 곳이라 보이는 것이라곤 나무들이며 야생화며 풀 뿐이었고,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계곡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 뿐이었지요.
밤이 되면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던지......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던 자동차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찌들려 살던 전봇대는 낯설긴 했지만 새로 정착한 그곳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요.
그곳에 사는 나무며 야생화며 풀이며 아무도 전봇대를 보고 아는 체를 해주지 않는 겁니다.
전봇대가 애써 아는 척을 해보아도 그들은 뒤에서 비아냥거리기만 했습니다.
“어디서 이상하게 생긴 것이 와서는 아는 체를 해.”
“어휴, 저 색 좀 봐. 우중충한 회색빛을 해가지고서는......”
별들도 처음 보던 날과는 달리 차갑게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전봇대는 외롭고 슬펐습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지긋지긋하던 그 도시에서의 생활이 그립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날, 싸우는 소리에 놀란 전봇대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니, 가까운 곳에서 키 작은 나무와 담쟁이덩굴이 싸우고 있었습니다.
“왜 자꾸 감고 당기는 거야. 얼른 키 큰 나무들을 따라잡지 못하면 햇빛을 받지 못해 난 죽을 지도 모른다구~. 저리 가! 이 기생충 같은 담쟁이야.”
“그럼 난 어떻게? 난 이렇게 너희들을 붙잡고 올라가도록 태어난 걸. 혼자 힘으로는 똑바로 설 수도 없는 걸. 내가 불쌍하지도 않니? 이 인정머리도 없는 나무야.”
사는 문제가 걸려 있다보니 둘은 치열하게 다투었습니다.
결국 싸움에 진 담쟁이덩굴이 슬그머니 내려와 다른 나무들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다른 나무들은 누구 하나 담쟁이덩굴과 눈길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담쟁아. 나는 어때? 나를 타고 올라볼래?”
실망한 채 흙길을 기던 담쟁이덩굴이 고개를 들고 누가 말 했나 찾아보니 얼마 전에 이곳에 온 전봇대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웃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나는 이 곳에 어울리지 않아. 네가 도와주면 어울릴 것 같은데......”
담쟁이덩굴은 주변과는 어울리지 않게 회색빛으로 우뚝 서 있는 전봇대의 아픔과 자기의 아픔이 같은 아픔이란 걸 알았습니다.
담쟁이덩굴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전봇대를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이 되었을 때, 담쟁이덩굴과 전봇대는 그 계곡에서 왕따가 아닌 누구나 인정하는 담쟁이나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