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스승과 제자의 일대사 인연

목탁소리 대원정사 총무처
202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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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하가섭과 부처님의 만남

마하가섭은 그의 나이 서른이 넘어서 출가를 했다. 그가 출가할 무렵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새벽별을 보고 성도(成道)하여 깨달음을 전파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하지만 부처님과 마하가섭의 만남이 곧바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부처님의 의발 제자라는 인연을 가진 마하가섭이 나타날 때까지 부처님께도 약간의 시간과 준비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출가를 했지만 부처님을 만나지 못해 평온을 찾지 못해 마하가섭이 방황 아닌 방황을 하는 동안 부처님은 반대로 그를 만날 준비를 착착 하고 계셨다.


재가 제자로서 마가다국 빔비사라 왕의 후원과 귀의를 받고, 베르바나(죽림정사)라는 머물 곳이 생기고, 사리불과 목건련이라는 걸출한 상수제자들이 이끄는 천여 명의 승가가 생기기까지의 시간은 고작 2~3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출가를 하고 스승을 찾았으나 진리라는 깨달음의 길을 제시해주는 이를 만나지 못했던 마하가섭에게 2~3년이라는 세월은 너무나 길었다. 그리고 마침내 역사상 가장 멋진 이 두 남자는 정해진 운명대로 만났다.


역사상 가장 멋진 두 남자의 운명적인 만남

만약에 타임머신이라는 것이 발명되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가장 보고 싶은 장면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처님과 마하가섭의 만남’이다. 


부처님과 마하가섭은 길에서 만났다.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마하가섭이 지나가게 될 길에 부처님이 의도적으로 미리 앉아계셨다. 예정된 만남이었다. 


그때 부처님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조용히 승단을 빠져나와 라자가하(왕사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길가 나무 아래에 앉아 마하가섭을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나 간절하게 스승과 깨달음을 구하는 마하가섭과 만났다. 


부처님은 마하가섭을 만나기 전에 이미 그가 의발제자가 될 것을 알고 맞이하러 나오셨던 것처럼, 마하가섭도 길가 나무 아래 앉아 계신 부처님을 보자마자 자신의 스승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하가섭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처님께 가서 두 발에 이마를 대고 말했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그때까지 마하가섭은 젊은 나이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석가족의 성자에 대한 소문을 듣기는 했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눈이 높기로는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도도한 마하가섭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두 발에 이마를 댄 것이다. 


이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은 더욱 멋졌다.

“가까이 오라, 그대를 기다렸다.”


두 사람은 이미 영산회상에서 연꽃을 매개로 염화미소를 주고받기 전, 첫 만남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을 확인했던 것이다.


 마하가섭과 부처님의 ‘말하지 않아도 아는 마음’은 부처님의 반열반 이후까지도 계속된다. 참으로 감격스럽다. 


부처님의 말씀이 끝나자 마하가섭은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기쁨을 참지 못해 정식으로 예배를 드리며 말했다.

“저는 카샤파 종족 카필라와 수마나데위의 아들 핍팔라야나입니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저는 당신의 제자입니다. 당신은 진정 저의 스승이십니다. 저는 영원히 당신의 제자입니다.”

지금의 스승과 제자라는 개념으로 생각했을 때, 마하가섭의 행동이나 말이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승’을 찾기 위해 마하가섭은 집 안에서 이미 1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왔고, 출가 하고 난 이후에도 2년이 넘는 세월을 방황했다.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스승과 가르침을 구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스승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부처님의 십대제자: 경전 속 꽃미남 찾기》 중


***

영산회상에서 염화미소를 주고 받기 전, 길에서 이렇게 처음 만나자마자 이미 이심전심을 곧장 확인하셨던 부처님과 가섭은, 이 일대사 인연으로 마침내는 정법안장과 열반묘심을 서로 부촉하고 전수받았다 합니다. 

참으로 이 우주 법계가 함께 공명 진동하여 맺어진 준비된 인연법이 아니었을까 하며 감동했던 부분입니다.


#2. 남전스님과 그의 제자 조주 종심의 만남


조주선사는 아주 어린 나이에 조주(曹州) 호통원에서 출가했고, 14살에 남전보원(南泉普願)선사를 만난 후 20대에 도를 터득했다고 한다. 

조주선사가 남전보원대사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

남전대사가 머무는 안휘성, 남전의 조그만 절로 석공혜장 스님이 14살짜리 사미승을 데리고 남전을 찾아왔다. 


석공스님이 먼저 남전선사를 만나 뵙고 청하기를, 

“제가 데려온 아이가 아주 영특한데, 저로서는 이 아이를 훌륭한 인재로 키울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스님께서 크신 법력(法力)으로 잘 지도해 주십시오.” 

하고는 물러나와서 조주를 조실 방으로 들여 보냈다. 


그 때 남전대사는 방에서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다가 인기척에 눈을 뜨고는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서상원(瑞像院)에서 왔습니다.”

“그렇다면 상서로운 모습(서상瑞像)을 보았는가?”

“아닙니다. 상서로운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누워있는 부처는 보았습니다.”


그 말에 남전대사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너는 스승이 있는 사미인가, 스승이 없는 사미인가?”

“스승이 있는 사미입니다.”

“그 스승은 어디 계시는가?”


그러자 조주는 다짜고짜 남전대사에게 세 번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대답하기를,

“날씨가 쌀쌀하여 추워지는데 스승께서는 늘 법체 보존하소서.” 


이에 남전은 유나(維那)를 불러 말했다.

“이 사미에게 특별한 자리를 주도록 하라.”

『조주선사 선문답』 중에서

 *

『조주록』은 조주종심스님과 스승 남전보원스님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몇 마디 안되는 대화 속에서, 스승은 제자될 사람의 그릇을  알아 보셨고 제자 역시 평생 우러러 모실 스승임을 단번에 확인했으니, 참으로 일대사 인연다운 스승과 상좌의 인연이 아닐까 합니다. 

조주선사는 남전대사가 입적할 때까지 대사를 모시고 그의 공부처에 머물다가, 예순이 넘어서야 제방으로 행각을 나서서 중생 제도에 힘썼다고 합니다.

일곱 살 먹은 아이라도 나보다 나은 이에게는 내가 그에게 물을 것이요, 백살 먹은 노인이라도 나보다 못한 이는 내가 그를 가르치리라” 하시면서요.


#3  부처님 말씀


수행승들이여, 

여기 어떤 자에게 스승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그는 스승에게 가까이 간다. 

가까이 가서 스승을 공경한다. 


스승을 공경할 때에 스승에게 귀를 기울인다. 귀를 기울일 때에 그에게 가르침을 듣는다. 가르침을 들을 때에 그것을 기억한다. 기억할 때에 가르침의 의미를 규명한다. 의미를 규명할 때에 가르침을 성찰하여 수용한다. 가르침을 성찰하여 수용할 때에 의욕이 생긴다. 


의욕이 생겨날 때에 의지를 굳힌다. 

의지를 굳힐 때에 그것을 깊이 새긴다. 

깊이 새길 때에 정진한다. 

정진할 때에 몸으로 최상의 진리를 성취하고 지혜로서 꿰뚫어 본다.

- 《맛지마니까야》 제2편 제2품 수행승의 품

    70. 끼따기리 설법의 경 - 중에서


#4  선향지의 이야기


금련사 법회상 먼 발치에서, 처음으로 선향지가 법상스님을 뵙던 그 날 그 마음이...


왕사성으로 향하던 길에서 미리 알고 기다리셨던 부처님을 처음 뵙고는 두 발 위에 이마를 조아리며 예배하던 저 가섭의 마음과 하나 다르지 않았으리라 합니다. 


스승이 있느냐 물어보시는 남전선사께 삼배를 올리며 '당신이 바로 저의 한 분 스승되심'을 곧장 보인 저 조주스님의 마음과도 하나 다름 없었으리라 감히 짐작합니다.


처음 뵈었던 그 어느 법회에서 스님께서는 "살면서 꿈꾸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우리 대중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이 생에서 죽는다는 것은 그저 바람이 불어오는 것과 같은데,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무어 그리 대수겠느냐?" 하셨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리 길지 않았던 법문 시간 중,  짧은 한 두 순간 지나치는 말씀으로 던져 주셨던 스님의 그 말씀들이 이후 내내 머리에 가슴에 화두처럼 남아 맴돌았던 그 때가... 그 때가 바로 선향지의 마음공부의 시작이었습니다.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는 그 진리에 대한 궁금함과 끌림으로 인해, 이 후 한 순간도 법에 대한 생각을 놓은 적 없게 되었으며 그렇게 선향지의 간절한 발심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그 때만큼 진지하였으며 그 때만큼 간절하였으며 그 때만큼 나도 모르게 열심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진지한 초발심으로 무장한 채 6개월이 가고 1년이 가고 또 1년, 또 1년이 가고 ... 그리고 지금의 선향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 이전의 선향지가 하던 일들을 지금의 선향지도 똑같이 하고 있으며 여전히 그 때 만났던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때 갔던 같은 장소들을 찾아가며 똑같이 살지만, 그러나 그 때의 진지충 선향지는 이제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무도 모를 일이라 무어라 어떻게 말할 수는 없으나, 과연 그런 일이 정말로 있음을 감히 이제 밝고 밝게 알며 삽니다.


이렇게 살아도 사는 바 없고 죽어도 죽는 바 없음을 밝게 밝혀주신 이 한 분 스승께 어찌 머리 조아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스승께 배워 지닌 가벼운 살림살이를 여러 도반들께 알려보자 하는 원을, 어찌 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 생 어느 눈먼 길 중간에서 이렇게 우리 스님을 만날 수 있었던 이 일대사 인연에 어찌 매 순간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선향지 몸 받은 이번 생의 최고 대박 로또는 단연코 우리 스님과의 이 일대사 인연입니다.


하여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든 그저 이렇게 늘 감사하며 살고자 합니다.  이렇게 그저 앞서 가시는 길 따라 함께 흐르고자 합니다.  이렇게 따라 흘러가 보고자 할 뿐입니다.


스님께서 어둡던 이 눈을 밝혀 환하게 알려주신 이 살림살이 밖에는, 다시 다른 일이 없음이 이제는 너무나 확연하기에 


이제 이 일 밖에 다른 일은 다 놓고 크게 쉬도록 여기까지 온전히 이끌어 주셨기에


그러하기에... 


이제 몸 받은 이번 생 동안은 죽 이렇게 따라 흐르며 함께 가 보고자 합니다. 


매 순간 법상스님을 인연으로 뵙습니다


이렇게 법상스님의 공부처에서 배웁니다

대복을 누립니다


이러하고 이러하신 한 분 스승께서는 늘 청청하신 산과 같고 바다와 같으시기만을 바라오며... 


매 순간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스승의 날 

선향지 합장 삼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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